확실히 쉽게 그리죠.. 그림도 안되고 메세지도 없는 사람이 어찌 작가질 하는지 의문입니다..

윤서인 만화가 보여주는 무개념적인 컨텐츠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어떤 점에서 그의 그림이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사람의 그림이라고 하시면서 전문 만화가는 절대로 그렇게 안그린다고 단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만화에 대한 조예가 깊지 못해 만화가가 응당 가져야 될 '그림의 기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나름 제 생각을 보태자면, 윤서인은 원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입니다. 예전에 [광수생각]을 그렸던 박광수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저는 간결한 그림체 속에서 특징을 포착해내는 그의 그림이 질적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윤서인은 대형 포털의 정식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하기도 했고 출판사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등 일러스트 업계에서는 나쁘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그의 그림이 일반인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단순한 외형을 띄고 있기에 그렇게 말씀하신거라면 윤승운, 김삼, 신문수 등 원로 만화가들의 작풍도 그러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저도 이 분의 그림을 이번 기회에 찾아가며 봤는데, 일단 그림체 보다는 독자에게 호소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더군요. 독자를 상대로 그림을 그리는 만화가라면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독자에게 이야기하고픈게 뭔가?',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만화로 표현할 것인가?'

윤서인은 이 두 부분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너무 (정신 연령이) 어립니다. 우리 조상들의 과학 기술의 우수성 이야기하다가 느닷없이 '그러면 왜 컴퓨터도 못 만들고 전화도 못 만들었어요?'라는 질문으로 만화를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의 인문 사회학적 지식 수준을 가늠케 합니다.

전달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일본 여행 중에 느낀 일본 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말을 할때, 그 부분만 전달하면 될텐데 굳이 우리 문화와 비교를 합니다. 우리가 고쳐야 할 부분은 어떻고하면서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하는거죠. 그건 자칫 일본 문화 우월론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앞의 일본 문화 이야기와 뒤에 우리가 고쳐야 할 부분은 나누어서 다른 토픽으로 해야지요..

암튼 저는 만화가나 소설가나 영화 감독이나 어떤 창작물을 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뭘 전달할지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고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내 생각나는 대로 내 맘대로 그린다'라는 것은 윤서인씨의 경우 무지함을 창작의 자유로 포장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면, 그냥 혼자 "그림일기"나 그리고 가족끼리 돌려 보는데 좋을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