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관점에서 저는 오히려 첩사마의 인용문 쪽에 힘이 실려보이는 게
사실 실용이라는 말 자체가 유용성 이외의 다른 관점은 배제하겠다는 배타적 뉘앙스가 보여서요
일상이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어느 특권층의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실용을 강조하는 면이 부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실용주의 역시 공예가의 의도이다라는 것입니다. 꼭 배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인간은 유희적 동물이라 결국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 속에 집어넣고 싶어할 겁니다.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자연스러운 거죠. 근데 인사를 안하면 안된다라고 애써 열변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예술가가 실용주의를 배척해야 한다고 일반인들에게 얘기한다면 부자연스럽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냥 걷기라는 작품에서 작가가 천원 두개를 금괴로 그려 1000 이라고 써넣었죠. 재밌습니다. 그냥 천원짜리 파란 지폐 그려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자기가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그린 거.

그러니까 결국은 그런 작가의 의도가 굳이 '실용'으로 포장될 필요가 있냐는 거죠.
미학적 관점에서 (제가 이 쪽에 완전 무지하지만;;) '실용'과 '예술'은 domain 자체가 다른 것이지 않을지.

음.....밑의 "예술은 쓸모 없다"는 논의...

.... 좀 구체적으로 가자면... 대충 요 건물이 예가 될수 있지 않겠나 싶네요.
(뭐랄까.... 저 이야기를 한 분의 의중에 근접하다고 느끼는 예를 하나 ... 하자면..)



디트로이트의 미시간 중앙 역 되겠습니다.
건설 당시 미국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도 꼽히는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건축물이지요.

항공운송이 미국을 장악하면서 철도는 도태되고
저 건물 역시나 "역"으로 지어진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사실, 지어진지 근 20년만에 사실상 승객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비운의 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http://www.seedetroit.com/pictures/mcsweb/
요모양 요꼴의 모습으로 방치된 채,
간간히 영화세트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곤 한답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이 부지를 재개발하자는 움직임이 강력합니다만,
이 건물을 헐지 못하게 하려는 분들 역시나 역사유물보존법을 들어서 이런 움직임을 저지하는 등,
현재 대치중이라고 하지요.

역으로서의 실용성은 사라져버린지 오래지만,
"왜" 남아있는지에 대한 이유는 스스로 버텨가면서 증명해보이고 있는것인지두요.

제 느낌이 정확하다면
다큐에 나온 분은 얼추 이런 의미로 이야기하신듯 싶네요.
물론, 미시간 중앙역에 대한 "아름다움"의 시각차는 좀 있을듯 싶네요. ㅎㅎ

그렇군요...제가 오인했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하긴, 작품의 가치를 느끼는 것은 '교육'받지 않으면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의 가치가 보호받을 만하느냐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테니까요. 문제는 사람들이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근데 이런 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 그림을 그려넣었을 때에는 그냥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었겠죠. 근데 그게 지금은 벽 통째로 들어내져서 어느 박물관에 들어가거나 하겠죠? 아니면 어느 수집가의 집 안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때로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누구네 집 화장실 액자에서 발견되어서 수십 억에 팔려가기도 하구요. 그런 유명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면 그렇게 잊혀지거나 소실되거나 그러겠죠. 전 요런게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일반사람과 동떨어진 듯한 존재감을 부여하는 거요.

위 건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들이겠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보존되기를 원하면 보존될 테고, 아니면 허물어지겠죠. 허물어지든보존되든 전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다만 연세대에 있던 윤동주 기숙사 건물처럼 새벽에 몰래 허물어뜨려서는 안되겠죠. -_-;;

죄송하긴요.. ^^;; 뭐.. 생각의 차이일 뿐인데용..

암튼 뭐... 시간되시면 저 건물 Michigan Central Station
언제 한번 사진들 자세하게 보심 잼있으실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비록 완전히 황폐화됐지만, 그래도 전성기적 아름다움 같은게 느껴지긴 하더군용.
속이 훨씬 더 멋있는것 같든데... 저렇게 버려진다는게 좀 안타깝기도 하구... ㅎㅎ

삽질 하다 잠이 안와서 불펜 들어오니 재미있는 주제네요.

오스카 와일드야 극단적인 탐미파니 그런 정의를 내렸겠지만요.

말이 좋아 종합이지, 이도 저도 아닌 전공을 하다보니 종종 깨지는 주제죠.

chirp님이 예를 드신 건축의 경우. 실용 = 선이 되는 장르일 텐데요.

지금은 진부함의 상징이 되버린 빨간 벽돌집의 경우는 벽에 회칠을 하던 관행을 깨고 탄생한 쇼킹한 놈이였습니다.

품의 절약 = 새로운 디자인이 되버린 셈이고요.

도자기의 발전상을 보면 보다 단단한 자기를 만들기 위한 삽질의 연속이 디자인을 바꾼 예도 있고요.

chirp님이 말씀하신 것은 실용의 가치 하에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시킨 서울의 기형적인 면을 지적하신 듯 하네요.

네, 그럼 편안한 잠 주무시길.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