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JFK 공항에서 키아누리브스 만난 얘기
- 작성일
- 09-09-03 11:17
2007년 10월. 휴가를 내고 미국에 갔습니다. LA근처에 외가 친척이 계셔서 짐을 풀고 동부로 여행을
갔습니다. 워싱턴, 나이아가라, 뉴욕 등지를 4박5일동안 돌고 LA로 오기 위해 JFK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8시반 비행기가 10시로 출발이 지연되었다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shop 잠깐 둘러보고 벽에
있던 갤러그를 한판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으려는 순간...아니 이게 누구야. 5m 앞에 어떤 남자
가 옆모습으로 앉아 있는게 보이는데 졸리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키아누 리브스 비슷한 사람이더
라구요. 그래서 슬쩍 앞으로 가서 보니 키아누 리브스 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예인 본적이 거의 없는 제가 이억만리 뉴욕에 와서 키아누리브스를 보다니 정말 복권
에 당첨된 거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는 수수한 청바지 차림에 구레나룻을 기른 모습으로 창쪽으로
혼자 앉아있었습니다. 매니저도, 보디가드도 없이요. 제가 탈 비행기가 대부분 나이든 미국사람들이
어서 그런지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더군요. 말거는 사람도 없고.
자 이제부터 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내가 죽을때까지 헐리웃 스타 1명이라도 보겠어? 특히 다른애도 아니고 키아누 리브슨데...말을 걸
어봐? 싸인? 사진? 소심한 A형인 저는 공항에 있는 모든 사람과 다른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앉았다 일어났다, 그의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왔다가, 머리속으로는 영어를 열나게 떠올
리며 "하이? 익스큐즈미? 아씨 머라고 하지.."
그런데...그도 탑승을 기다리다가 지겨운지 손에 책을 든채로 조는게 아니겠습니까...OTL. 졸고 있는
데 누가 말걸면 얼마나 기분이 안좋은지 다 아시죠?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안절부절 하면
서 포기할까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마디로 혼자 쇼를 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20분정도를 흘려보냈습니다.
이 되어 방송이 나오고 승객들이 탈 준비를 합니다. 그도 눈을 뜨고 짐을 주섬주섬 챙깁니다. 결국
전 그의 앞으로 걸어갑니다. 하아. 어떻게 용기가 난건지...영어도 별로인 제가.
나 : 익스큐즈미...
그 : yes?
ㅎㅎ 키아누리브스 목소리가 좀 좋습니까. 좀전까지 졸다가 깨서 목소리가 더 깔렸습니다...하지만
눈은 아직 졸린...
나 : 아임 유어 휀...캔 아이 테이크 유어 싸인? (에라 콩글리쉬지만 할 수 없다)
그 : Sure
저는 나이아가라에서 산 엽서의 뒷면을 내밉니다.
그 : Who's it for?
그 : For yours?
이말을 듣고 나서 질문을 이해했죠.
나 : 예쓰 예쓰!!!
그는 티켓에 있는 내 이름을 확인하더니 왼손으로 모라모라 갈겨서 씁니다.
나 : 땡큐!
엽서를 받아들고 자리로 오는데 가슴이 울렁울렁...제가 태어나서 제일 유명한 사람과 이야기를 한
순간이었죠.
귀국해서 인터넷을 보니 바로 그날 키아누리브스가 뉴욕에 있는 여자친구를 만난 동영상이 파파라
치한테 찍혀서 올라왔더군요. 그리고 운좋게 같은 비행기를 타고 LA로 온거였구요.
그런데 얼마나 대충 싸인을 갈겨서 했는지 미국에 있는 사촌들도 "형 이거 진짜 키아누리브스 싸인
맞어?" 하고 놀리더군요. 한국에 와서도 친구들한테 자랑했는데 아무도 못알아 보구요. 아무튼 전
키아누리브스 싸인 받았습니다. 만일 그가 사고로 죽거나 하면 가치가 좀 있을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