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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맛이네요...

토요일에 나와 일하려니...ㅠ.ㅠ

어제는 오랜만에 와인을 한 잔 했습니다.

바로 이 녀석




Umani Ronchi Conero Riserva Cumaro 2004
(우마니 론끼 꼬네로 리세르바 꾸마로 2004)

통칭 꾸마로라고 불리는 녀석입니다. 이태리 출신이죠.

포도 품종은 몬테풀치아노 100% 입니다.


사진은 2005년 비티진데...어제 먹은 건 2004년 빈티지였어요..


저한테 와인을 가르쳐주고, 때때로 비싼 와인 한 잔씩 공짜로 먹여주는
선배가 하는 와인 바에서 먹었죠....
치즈와 토마토 안주 서비스로 받고 13만 5천원에 먹었네요.
가끔은 돈 내고 먹어줘야 또 다음 기회에 좋은 거 딸 때 한 잔씩
얻어마시기 미안하지 않으니깐...
이 때까지 얻어먹은 것 중 제일 비싼 건 5대 샤또 중 하나인 라뚜루.

뭐 어쨌거나....
그런데 어제 막 딴 저 녀석이 거의 부쇼네 직전까지 갔더군요.
조금 끓어서, 탄닌이 엄청 올라온 상태..

그래서 향과 맛이 완전히 꽉 잠겨서 쓴 맛만 나고 아무런 뉘앙스도
없는 그런 상태....

그래서 디켄팅 하고 거의 한 시간여에 걸쳐서 풀어줘가며 천천히
먹었더니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와인이 풀려나오면서
안정감있는 밸런스의 맛과 다채롭진 않지만 나름 기품있는
향기들이 살아나오더군요.

다만 탄닌이 잔뜩 올라왔다 풀어지면서 뭔가 한 가지쯤을
가져가버렸달까? ...인상적인 피니쉬가 없는게 조금 아쉽더군요.
2003빈티지가 2004보다는 좋다던데 언제 최상의 상태인 녀석을
한 번 먹어보고 싶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처음 와인이 완전히 먹통이 된 상태일 땐, 와인 사준다고 불러낸
동행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다행히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와인이 풀어지면서 나름
나쁘지 않은 풍미들을 되찾아줘서 나중엔 좀 체면이 섰네요..^^a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해준 그 분께 감사..(__)



 

 
제가 뭐 대단히 와인을 많이 마셔보거나, 매우 잘 알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냥 와인바를 하는 친한 선배에게 좀 얻어먹고, 이야기도 귓동냥 좀 하다보니
이래 저래 저도 썰을 풀게 되는거죠...

그래도 와인에서 제가 다른 사람이 잘 못찾아내는 맛과 향을 제법 잘
골라내는 재주가 있다는 걸 선배가 인정해준답니다...흠흠..;;


어쨌든 간만에 와인과 음악으로 즐거운 한 때였습니다.

PS. 참 .. 어제 또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평생 다신 내 손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틀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0여년 만에 제 손으로 음반을 틀었네요.
     뭐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각설하죠...
     그냥 아무리 여울이 깊어도 강은 흘러가고,
     언덕이 아무리 높아도 바람은 지나가기 마련일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