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가세요.잘 가셔야 해요.
- 작성일
- 09-05-24 22:14
그를 처움 본건 80년대말 5공청문회때였습니다.
홀로 힘들게 끌어오신 그 길을 조용히 마무리 하시고 초야에 묻혀계시고 싶으셨고
추모밖에못하고
아주 어렸던 저는 정치적인 그 무엇도, 나 자신의 의지는 당연히 없이
전라도라는 태생적인 모습으로,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전두환 죽일놈에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점철되던 시절.
끝판대장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고 당당해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한동안 저의 시야에서 사라진 "노무현" 이란 인물이 다시 저의 시야에 들어온건
3김종식을 외치며 또다른 저항을 외치고 있었을때였습니다.
그래서 였나 봅니다.
그가 적당한 타협을 주창할때, 생각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줄때
나의 교과서적인 히어로의 모습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기대감대비의 실망을 반복해왔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거는 기대는 너무나 컸기에 한국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 선거에서 망설임 없이 그에게 한표를 던졌고,
당선되던 그날 뛸듯이 기뻐하며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 될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한국을 떠났습니다.
젊은시절의, 당당하게 재떨이를 던지면서 호통을 치던
어떻게 보면 치기어린모습으로까지 보이던 패기는 없어졌지만
대쪽같은 모습. 글복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그의 모습에
안쓰러움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또한 대단한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맨손으로 올라가셨기에, 맨손으로 저항하신 힘없는 대통령.
그는 결국 그렇게 임기를 마치고 그자리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그에대한 사랑이 컸던 탓인지
야속함 보단 귀향하셔서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에
이젠 더더욱 민초들과 가까워진 그의 수더분한 모습에;
아쉬움, 감사함이 섞인 눈물로 술잔과 함께 그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냥 그렇게 사셨으면 했습니다.
홀로 힘들게 끌어오신 그 길을 조용히 마무리 하시고 초야에 묻혀계시고 싶으셨고
그렇게 하게 해드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정권은 결국 희생양으로 그를 택했습니다.
물론 그들로썬 최상의 선택이고, 최고의 카드였고 당연한 발상이었겠지요.
하지만 그 더러운 속 내에 나의 영웅이 이렇게 되어버린걸 보니;
정말 힘들고 힘들고 힘들어서 울음도 안나오더군요.
물론 비리는 수사해야하고, 척결해야하고, 종식시켜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스탠스의 차이로, 국민들의 눈을 돌려보자는 제 3의 목적으로 인한 수사는 절대로 일어나선 안됐습니다.
조용히 살고저 하시는 분의 목덜미를,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면서 까지 그들의 목적을위한 짐승만도 못한 행위를 하는
이 탐욕스런 이에게 쓰러져서
그렇게 가실분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얼마나 번민하셨습니까.
당신의 수고로움을 덜어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추모밖에못하고
애도의 잔만 들이킬 능력밖에 안돼는 무력함;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당신을 추억하겠습니다.
잘 가세요.
부디 좋은곳으로 잘 가셔야 해요.
부디 다시 돌아보지 마세요.
사족) 이런나라를 내 조국이라고 그리워서 다시 들어갈 생각을 잠시나마 하고있었던 제가 한심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