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쟈니보이
- 작성일
- 09-10-30 22:07
언제 스코틀랜드의 히이드 숲 이야기를 했던가?
메마른 낮은 구릉을 엷게 덮은 키 낮은 나무들 말야.
사실 이젠 기억나지 않는 어느 소설책에서 읽은 이야긴데.
마치 나의 추억인마냥 머리에 들어와버린거지.
안개가 자작하게 가라앉은 이른 아침이면 좋겠어.
조금 쯤은 숨을 허덕이면서 밤의 잔해처럼 드러누운,
히이드 숲의, 구릉을 오르고 싶어.
아마 바지 정강이 참까지 젖어들고 구둣창엔
얕은 진흙이 달라붙어 무척 성가실지도 몰라.
밭은 숨을 다독여가며 하나의 구릉을 오르면
보이는 건 또 그저 싱숭스런 다음 구릉일테지.
어디쯤에서 그 긴 길이 끝이날지는 알 수 없을걸.
짧은 아침이 끝나기 전에 우린 서둘러 히이드 숲
구릉을 내려와야할거야.
왜냐면 해가 높은 그 곳을 상상해본 적은 없으니까.
어쨌든 우리는 매일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쯤
히이드 숲 구릉을 오르기로 하자.
굳이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을거야.
삶에 있어 진정한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것의 반복에서
영글어지는 걸지도 모르니까.
헤이 쟈니보이.
헤이 친구야.
너무 늦은 초대란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늦지않은 권유였다면 넌 아마 웃어버렸을거야.
그러면 난 또 뒷머리를 벅벅 긁어댔겠지.
그렇지만 말이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무의미한 상상속으로
널 초대하는 것 밖엔 없는 걸.
헤이 쟈니보이.
헤이 친구야.
...zzt
마흔 살 삼월 초 하룻 날에 친구를 보내며...
....................................
어젠 분개한 마음에
속에 열이 홧홧 올라와
찬 술로 달래고 또 달래도
기어코 낯마저 붉게 달아
쑥고개 깊은 골목 저벅버벅
어르릉 대며 비명같은
숨을 내지르다 헛헛 운다.
시발 놈
봄꽃을 앞질러
가더니, 거긴 좋으냐?
이 두터운 어둠 속에서
난 무얼 짊어져야할지 모르겠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