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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였습니다.





가족들과의 약속전에 볼일이 있어서 나왔는데 할일이 빨리 끝나버리더군요.



두시간.
친구를 만나기도, 영화를 보기도, 쇼핑을 하기도 어중간한 혼자만의 시간이 남아버렸습니다.
마침 제가 서 있던곳이 고등학교때 늘 죽때리던 시내의 어느 한 광장 앞이었습니다.

매우 더운 날이었고, 그냥 커피샾에 들어가서 시간을 죽이자;

이런생각을 넘어서 문득 산책이 하고 싶더군요.




그 광장의 옆길을 따라 오르막을 올랐습니다.
좁고 그다지 깨끗한 그 골목은 그대로 인곳도, 너무 변해서 알아보기도 힘든곳도 있더군요.









                                           꼬맹이 시절 늘 머리를깎던 
                                           이발소가 남아있는걸 보고 괜히 기분이 좋아지다가,


































라볶이가 맛있던 분식집은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이고 
지나간 시간만큼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사랑 그아이를 만나 주말마다 가슴뛰며
      미사땐 그아이만 바라보며 본의아닌 신성모독을 자행했던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아무도 없고, 아주 조용하더군요.
     성당도 본당을 제외한 다른곳은 모두 변해있고, 아주 낮선곳이 되어있었지만
     


     그 옛날, 다신 돌아오지 않으리라 라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던 
     그때의 그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그냥 아득한 기분만 들더군요.
     






















그렇게 넋을놓고 있다가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햇수로 13년째 거기 계시는 아버지를 만나러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이젠 시간이 많이 흘러서 담담해져서 인지,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사각형 돌과 식사를 하실 상을
물티슈로 닦으면서 가족들과 아버지 얘기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아버지를 뵙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냉면집.








기억이 시작되는 어린시절의 어느때.
입이 유독 짧고 비쩍 마른 아이였던 절
아버지는 술이 거나해 지셔서


이 집만은 맘에 들꺼야.


라고 호언장담 하시며 데리고 가셨던
그 냉면집.



맛있게 먹던 저를 보며 아주 좋아하시던
그 식당, 그 냉면.

전 6살때처럼 맛있게 먹고,
6살때완 달리 냉면값을 계산 했습니다.











괜히 기분을 타서인지.
집으로 돌아와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심어놓고 가신
감나무를 멍 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가 애지중지 하시긴 합니다만,
여전히 건강한 이녀석이,
죽을고비를 여러번 넘기고도
올해도 꽃을피워준 이녀석이


신기하기도, 대견하기도 합니다.




























뜻밖에 이런저런 기억들을 되살리게 하던 반나절이었습니다.


좋거나, 나쁘거나의 감정은 아니었던듯 싶습니다.
그냥 편안하고, 기분좋고, 집에오길 잘했어...라는 마음에 한가득이 된 하루였습니다.

사람은, 우리는;

과거로 살아갈순 없지만 과거가 있기에 지금이 지탱이 되는듯 합니다.

더우기, 이런 좋은 과거를 되풀이 해보는건 앞으로의 치열한 삶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는
그 어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부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이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고 싶네요.


좋은밤 되시고, 츠자에 한해 제 꿈 꾸는걸 허락합니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