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기분이 좋은건 엘지 때문.
작년까지만 해도 일부러 새벽에 일어나던지, 밤을 새우면서 작업을 하던건
이승엽 경기를 보기 위해서지만, 지금은 엘지 경기를 보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서 아프리카로 야구 틀어놓고 또 잠들기는 하지만,잠결에 들려
오는 중간중간 스코어들과 상황들을 들으면서 나름 나도 야구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지요.

가끔 자다가 깨면 김재박 감독이 인터뷰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규민을
믿었다는..그런. 그러면 "아..오늘은 이겼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냥 아무소리없이 아프리카가 꺼져있으면 인터넷으로 스코어 확인하고 네이버로
하이라이트를 즐기지요.

WBC가 없었다면 한국선수들 중에 아는 선수가 별로 없었기에 한국야구를 그렇게 즐기지는
못했을겁니다. 하지만 WBC덕문에 한국의 신인 선수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그러다보면서
차근차근 하나하나 다시금 한국야구의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거 같아요.

전 한국에 있을때 나름대로 엘지 팬클럽에서 활동을 햇었지요. 단관도 가고, 연말에 엘지 선수
들이 참여하는 행사같은데 팬클럼으로 참여해서, 찍사 역할도 했었습니다. 건축과 출신이라서
사진을 웬만큼 찍었으니까요. 당시에는 김재현 선수가 누구보다 인기가 있었을때라서, 김재현
선수하고 찍으려고 하는 팬들이 가장 많았고, 제 역할은 그런 선수들과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고, 그 사진에 선수 싸인을 받아서 파는거였습니다.

그 돈을 모아서 연말 불우이웃 돕기를 했었드랫지요. 팬클럽 자체에서요.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도 팬클럽 모임을 팀과 같이 하면 어느정도 지원이 나오고 야구경기도 같이 할수 있었는데,
제가 같이 한팀으로 플레이했떤 선수는 이종열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이종열 선수가 지금까지
가장 애착이 가지요.

지금 돌아보면....당시 인기있던 선수중에 남은 선수는 거의 없더군요. 이종열 선수도 어느덧
원로축에 들고..김재현은 트레이드에, 유지현도 없어지요. 서용빈도 그렇구요. 뭐 20세기말
이야기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엘지의 암흑기에는 마침 외국에 나와 있었기에 사정은 잘 몰랐지만, 아직도 기억나는건
이상훈이 이승엽에게 홈런 맞아서 우승을 빼앗기던 순간....그때 잘 나오지도 않던 KBS 사이트의
야구중계를 슬라이드 같은 화면으로 보면서 해뜨는것을 보면서 얼마나 분해했었는지...

아프리카란거 생기면서 다시 야구를 볼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아는 선수가 안남고 한국야구에
대한 흥미도 많이 떨어져서 챙겨보지 않았찌요. 스코어도 뭐..별로 안보고, 차라리 그 시간에
메이저리그 찾아서 봤습니다.

그러다 1,2회의 WBC를 통해서 한국야구만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경기도 다시 볼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지금은 다시금 예전처럼 열심히 응원하고 있지요.

엘지가 잘해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반면에....박찬호 선수 경기를 보면서 좌절을 하고요. 지난 경기보면서...이젠 끝이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구속도 안되고, 컨트롤도 피해만 가고....도저히 살아남기 힘든 투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박찬호의 시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었지요. 참 좋아하는 선수이기에 그의 성적 하나하나에 저도 같이
울고 웃는거 같아요. 지난 경기보고 이틀동안 엄청 우울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게 추신수하고 엘지인데...추신수는 박찬호 못한날 같이 못해서리...

돌아보면요...야구는 즐기기 위한건데, 어느새 너무 빠져있다보니 즐기는 것 이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존재가 된거 같아요.

삶은 야구다..라는 것...전제는 아닐지라도 제 삶의 어느 일부분은 야구를 떨어뜨리고 생각할수 없을거 같습니다.

야구는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