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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집이 좁지만 큰 집으로 옮겨갈 능력이 되지 않아 투덜대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이라 그러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집의 크기는 마음먹기에 달린 법이다. 임숙영(任叔英)은 유배지의 벗을 위하여 게딱지처럼 작은 집이라도 만족하면 고대광실이 된다고 하였다.
 
  
 
   
   집 가운데 게딱지집보다 더 큰 곳이 없고, 구름 위로 솟은 고대광실이 오히려 작은 법이다. 이른바 구름 위로 솟은 집이라 한 것은 부귀한 사람의 집이 아니겠는가? 높은 곳은 다락이라 하고, 밝은 곳은 거실이라 하며, 평평한 곳은 뜰이라 하고, 트인 곳은 정원이라 한다네. 그 안을 구획하여 첩을 숨겨두고, 그 한 귀퉁이를 따로 두어 빈객을 머물게 하며, 그 바깥을 덜어내어 하인들을 거처하게 하지. 이러한 곳은 깊숙한 대저택이라, 이곳에 수만 명을 들일 수 있을 뿐이 아니라네.

  그런데도 거주하는 사람들은 조바심을 내며 스스로 불만스러워 하면서 더욱 집을 넓혀서 크게 하고자 하지. 그렇다면 비록 서울의 땅을 다 차지하여 집터로 삼고, 농촉(隴蜀)1)의 산을 다 차지하여 재목을 댄다 하더라도 아마 스스로 불만스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할 것일세. 그러므로 천 칸 만 칸의 큰 집이라 하더라도 이미 스스로 불만스러워한다면 큰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큰 집을 두고도 스스로 불만스러워한다면 큰 것이 아닌 법이라네. 천 칸 만 칸의 집에 스스로 불만스러워 하는 경우를 보면, 부귀를 차지한 자들이 거의 다 그러하다네. 이 때문에 구름 위로 솟은 집은 높다랗게 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불만스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하므로 내가 크다고 하지 않고 작다고 한 것이라네.

  게딱지집과 같은 곳은 곧 매우 조그마한 집을 가리킨다네. 게딱지라 말하였으니 그중 작은 것은 손가락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듯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은 편안히 여기며 스스로 만족한다네. 이곳보다 큰 집을 차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이는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진심이기 때문이라네. 그러므로 비록 손가락 하나처럼 작지만 그곳에 스스로 만족한다면 작은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작은 것에 스스로 만족하니, 스스로 만족한다면 작은 것이 아니라네. 저 손가락 하나처럼 작은 집에 스스로 만족하는 경우를 보면, 그러한 사람도 적지 않다네. 이 때문에 게딱지집은, 매우 작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스스로 만족한 것을 가지고 말하므로 내가 작다고 하지 않고 크다고 한 것일세.

  대개 천하의 사물이 크거나 작거나 관계없이 사람에게 만족스러운 것은 비록 작더라도 또한 크게 느껴지고, 사람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비록 크더라도 또한 작게 여겨지는 법이라네. 이제 저 게딱지집은 집 가운데 지극히 조그마한 것이요, 구름 위로 솟은 집은 집 가운데 지극히 큰 것이지. 그러나 게딱지집이 사람에게 만족스럽고 구름 위로 솟은 집이 사람에게 만족스럽지 못하므로, 내가 “집 가운데 게딱지집보다 더 큰 곳이 없고, 구름 위로 솟은 고대광실이 오히려 작은 법이다.”라 말한 것일세.

  또 자네는 달팽이 촉각 위 왼쪽과 오른쪽에 만국(蠻國)과 촉국(觸國)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였는가?2) 사물 중에 이보다 더 작은 것은 없지만 그런데도 여기에 나라를 둘이나 들일 수 있었다지. 이제 조그마한 게딱지가 달팽이 촉각 정도는 아니요, 큰 집 하나의 크기가 두 나라에 비할 바가 아니라네. 달팽이 촉각 위에 두 나라를 들일 수 있다면 유독 게딱지 안에만 집 하나를 들일 수 없겠는가? 게딱지는 달팽이 촉각에 비한다면 그래도 큰 편이지 않은가?

  또 비록 게딱지집에 사는 것이 괴롭다 하더라도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치르는 것보다야 그래도 낫지 않겠는가? 예전 굴원(屈原)이 강가로 쫓겨나서 집을 구하려 하였지만 결정을 할 수 없어서 최후에 멱라수(汨羅水)에 빠져 죽었고, 그 뼈를 물고기 뱃속에다 장사를 치르게 되었다네. 이제 자네도 또한 쫓겨난 신하가 아닌가? 게딱지도 또한 물고기 뱃속과 같은 종류라네. 그런데 굴원은 목숨을 잃고 물고기 뱃속에서 장사를 치렀고 자네는 게딱지집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데 자네가 바라는 것이 너무 많지 않은가? 어찌 게딱지집이 작다고 말할 겨를이 있는가? 자네는 이곳에서 눕고 이곳에서 기거하고 이곳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지. 들어가서 마음대로 못할 것이 없으니 그만하면 좋은 것이라네. 자네가 머물고 있는 집이 비록 작기는 하지만 즐길 바는 작지 않으니 다시 무엇을 한하겠는가?

  비록 그러하지만 사물은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알 수 있고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알 수 있는 법이라네. 조그마한 게딱지집 역시 이제 크게 여길 때가 있다네. 자네는 어찌 예전 살던 집처럼 여기지 않으시는가? 예전 자네가 살던 집 또한 좁았겠지만, 그래도 게딱지집에 비한다면 클 것일세. 이를 가지고 본다면 자네가 예전 살던 집처럼 여기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일세.

  자네라 한 사람은 누구인가? 벗 이명준(李命俊) 군으로 창기(昌期)는 그의 자이다. 동남의 바닷가로 유배를 왔는데 처음 이르렀을 때 머물 집이 없었다. 풍토와 기후가 맞지 않아 오래 고생한 다음에야 정사(精舍) 하나를 겨우 짓게 되었는데, 그 집이 조그마하였기 때문에 그 이름을 게딱지집이라는 뜻에서 해갑와(蟹甲窩)라 하였다. 우리말로 집들이 조그마한 것을 가리킬 때 반드시 게딱지라 부르기 때문이다. 이군의 집 이름을 이렇게 정한 것은 아마도 이 말에서 취한 것이리라.

1)《후한서(後漢書)》〈잠팽전(岑彭傳)〉에 나오는 말로 “사람이 정말 만족을 모르면 농땅을 평정하고 나서도 다시 촉땅을 바라본다(人苦不知足, 既平隴, 復望蜀)”에서 나오는 말로 만족을 모른다는 비유로 쓰이는 말이다.
2)《장자(莊子)》에 달팽이 두 촉각에 만국(蠻國)과 촉국(觸國)이 있어 두 나라가 전쟁을 하여 시신이 백만을 헤아렸다는 고사가 있다.
 
 
 - 임숙영(任叔英),〈게딱지집의 기문(蟹甲窩記)〉《소암집(疎菴集)》

임숙영은 우리 역사에서 강직하기로 이름난 사람이다. 광해군 시절 문과 과거시험에서 척신(戚臣)을 비판하는 과격한 내용을 담아 방목(榜目)에서 삭제된 일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강직한 언사로 권력층의 미움을 받아 벼슬에서 물러나 있었다. 위의 글은 1621년 사헌부의 탄핵으로 파직을 당하여 광주의 용진(龍津)에 물러나 살고 있을 때 지은 것이다.

  그 무렵 그의 벗 이명준(李命俊) 역시 벼슬에서 쫓겨나 경상도 영해 땅에 유배되어 있었다. 이명준은 청강(淸江) 이제신(李濟臣)의 아들로 대대로 벼슬을 한 명환가의 후예니, 서울과 양평에 있던 집이 작지 않았을 것이다. 큰 집에 살던 이명준이 유배객이 되어 게딱지만한 좁은 집에 살려니 적잖이 불편하였을 것이다. 이에 임숙영이 이 글을 지어 그 마음을 위로한 것이다.

  집의 크기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아무리 큰 집이라도 만족을 모르면 서울 땅을 다 차지하고서도 부족하다 할 것이며, 초가삼간이라도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면 고대광실보다 넓다 할 것이다. 유배지에서의 불편한 심지를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정신으로 극복하면 예전에 살던 큰 집과 다름이 없을 것이라 하였다.

  조선시대 선비의 집은 대체로 넓지 않았거니와, 안빈낙도의 검소한 삶을 지향하였기에 혹 넓은 집에 살더라도 그 이름은 오히려 작은 것으로 붙였다. 이명준 외에도 ‘해갑와’라는 집 이름을 사용한 예가 더러 보이는데 바로 이러한 뜻을 표방한 것이다. 곡식을 한 말 넣을 수 있을 만큼 작다는 뜻에서 두실(斗室)이니 두정(斗亭)이니 하는 이름 역시 같은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임숙영의 이 글에는 “이때 공사(公私)로 토목공사를 많이 일으켰다.”라는 주석이 달려 있다. 광해군 말엽 왕과 권신들이 다투어 고대광실을 짓고자 한 일을 두고 임숙영이 벗 이명준의 일을 빌려 세사를 은근히 풍자하려는 뜻을 담은 듯하다.

글쓴이 / 이종묵

*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 저서(역서)
- 해동강서시파연구, 태학사, 1995.
- 한국 한시의 전통과 문예미, 태학사, 2002.
- 누워서 노니는 산수, 태학사, 2002.
- 浮休子談論, 홍익출판사, 2002.
- 조선의 문화공간(1-4), 휴머니스트, 2006.
- 우리 한시를 읽는다, 돌베개,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