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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똥파리를 보고 잤습니다.

사람의 무의식은 굉장히 놀라워서 의식을 이길 때가 많습니다.

어찌보면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삶이 힘들다 느껴지는 것은

어린시절에 가졌던 불안한 마음들 때문일 거에요.



똥파리를 보다보면 욕만하고, 사람들을 패서 돈을 받아가는 '상훈(주인공)'이

일을 때려치고 소박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랄 겁니다. 이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가짐이겠죠.

감독(이자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은 사람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흔하디 흔한 장치 중의

하나인 죽음을 택합니다. 우리가 원하는대로 고기집을 차리고 연희와 연인이 되어

평범하게 삶을 유지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면 그것은 영화가 아니겠죠.

<인간극장> 에 가까웠겠죠.



현대 사회에서 유년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일단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 되어야 사람들은 행복을 논할 수가 있습니다.

부모님에게서 집을 지원받아 결혼하고, 맞벌이는 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아이는 둘 이상을 낳을 수 있는 수준쯤 되어야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행복을 논할 수가 있겠죠.

(거주 안정, 선택적인 맞벌이, 둘 이상의 자녀를 통한 가족 구성원의 안정)

맞벌이하고, 아이 하나 낳아도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강요된 환경에서 강요된 행복은

사람의 무의식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각자 자기 삶을 토대로 영화를

받아들이기 마련이니 저같은 속물은 결국 돈으로 받아들이고 마는군요.



주인공이 불우한 자기 삶을 탓하며 여자를 강간하거나 섹스에 빠져 살았다면

김기덕 영화쯤이 되었을테고, 찌질하게 술자리에서 주저리주저리 끝없는 말을 늘어놓았다면

홍상수 영화쯤이 되었겠죠. 그런데, 이 영화가 무지하게 마음에 드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욕을 합니다. (덕분에 B급 영화가 될 수밖에는 없겠지만 ...)

가학적인 섹스도, 찌질한 주절거림도 아닌 욕이죠. 

욕하지 않는 상훈에게 바로 죽음이 다가왔듯이 우리들도 세상을 욕하지 않을 때

삶의 이유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욕해야될 상황이면 주저없이 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