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우체국을 갖다오느데, 반대편에 한 여성분이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려고 하시더군요.
빨간불이러서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는데, 그분은 긴 치마를 입고 안장에 앉아 계셨더랬지요.

근데 지방이 지방이고, 계절이 계절인지라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서 그분 치마가 가끔
대형 태극기같이 펄럭펄럭이는데....민망하게도 속안이 언뜻언뜻 다 보이는 거였습니다.

깜짝 놀라서 급히 눈을 돌렸지요. 하지만, 자꾸 눈이가게 만드는 숫컷의 본능.

근데 말이지요.....그 장면이 왜 그리 저에게 흥분감을 주는지....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생각해 봐도 상당히 미스테리지 말입니다. 그 여자분이 이쁘냐면...그냥 평범이하였고,
몸매가 좋냐고 하면...약간 통통한 이 지방에 많은 갈색머리 백인 여성. 평소든 언제든
전혀 끌릴건덕지가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5공시대도 아니고, 인터넷만 좀 클릭해도 몸매좋은 여자들이 널린 마당에...
기껏 치마좀 펄럭였다고 흥분하는 제 자신이 이해가 안가더란 말입니다.

하지만, 그 장면...웬지 모르게 엄청 자극적이었습니다.

타부(Taboo)라고 할까요...금지된 것을 경험했을때의 느낌이 아닐까..스스로 생각 해 봤더랬지요.

근데, 금지된 것을 보는 것은 대체 어떤 감정을 자극하는 것일까..하고 생각해보니 이것을
딱히 표현할 말은 못찾았습니다. 호기심도 아닌것 같고, 탐구심도 아닌거 같고...

억지로 찾아보자면 사람에게는 남이 쉽게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했을때 느끼는 어떤 본능적 감정이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만해도 저의 영역에서 남이 발견하지 못한것을 발견했을때..엄청난 쾌감이 있었거든요.
그것이 남에게 인정을 받을수 있는지 어떤지는 부차적인 것이었고 무언가 미답지에 발을 들려놓는다거나
하지 못한것, 하지 말란것의 어떤 비밀을 보게 된다는 것 자체가 자기 일을 하는데 주가 된다는
것을 연구하고..하다보니 어찌어찌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오니까....아...내가 이런 쾌감 때문에 공부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사는구나..하고
깨달아지더군요.

여자 치마 휘날리는것을 보다가 삶의 목적의 한켠을 보았다는 것이 웃긴 일이긴 합니다만.......그게 그렇게
되데요. 본질적으로 보면 금지된 것을 본다는 사실보다는, 남이 해보지 못한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삶의 동기가 되는 일일 정도로 큰 목적성을 갖는 감정이 아닐까...생각됩니다.

그래서 쓸데없이 우주도 한번 가보는 것일거고, 저 깊은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돈쳐바르면서
탐험하는 거겠지요. 그 탐험하는 사람들은...단지 남이 안가본데 한발 들여다 놓고, 한눈을 걸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엄청나게 행복할거같다...라는 생각 해봤습니다.

저도 저 하는 일에서 한발 남이 안보는 것을 보기 위해서 전진해야지..그러면 행복할꺼야....
그런 생각도 듭니다.

모두들 자기 일에서 행복을 찾으시길. 이게 근데 죽을만큼 힘이 들더군요..경험상...
웬만해서는 다 남들이 침 발라 놨다는 것이 오히려 세상의 진실이 아닐지....페이퍼들을 뒤적이다보면 그런
사실만 깨닫게 됩니다. 세상 참 쉽지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