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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스트우드 할배의 마지막 출연작이 될지도 모를 그랜토리노를 보고 왔습니다.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영화인데,

약간의 마초 냄새가 나니, 영화 고르실 때 참고하시길~~





내용은 스포 만땅이니 좀 쉬었다가 가겠습니다.









cine21의 영화평 중에

'할배가 미리 써놓은 유서'라는 평이 있었는데 매우 동의하는 바입니다.

실제로 이스트우드의 정치색이 보수주의라죠?

하지만 영화 마지막, 그의 선택이 보여주듯

그가 말하는 보수는 어느 나라의 얼치기 보수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입니다.






한국전에 참전한 경력을 갖고 있으나,

전쟁의 기억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욕쟁이 할배는

요즘의 세상 돌아가는 게 영~~ 맘에 들지 않습니다.

일본 차 딜러를 하는 큰 아들도 맘에 들지 않는 눈치고 (자신은 포드社에 다녔음)

영~~ 버르장머리 없는 손녀딸도

동네의 껄렁 패거리들도, 정말 맘에 들지 않습니다.

첫 장면부터 부인을 여읜 할배의 낙이라곤

잔디 손질하는 거랑,

할배의 애마, 직접 조립한 72년산 '그랜토리노' 뿐입니다.

어느 날,

자신의 차고에서 수상한 'son of bitch' 를 발견한 영감은

빡이 돌아서 라이플을 꼬나쥐고 추격하지만 잡지 못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할배는 트럭을 몰고 가다 골목길에서 동네 흑인 깡패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는

옆집 소녀를 구해 주게 되는데, 알고보니 이 소녀가 며칠 전 '그랜토리노'를 노렸던 그 'son of bitch'의 누나라네요 ㅎ

소녀의 이름은 Sue, 그 'son of bitch'의 이름은 Tao 랍니다. ㅋ

(귀엽게도 할배는 그 이름을 끝내 발음하지 못하고 Todd라고 부릅니다 ㅋ)

Tao는 사죄의 의미로 할배 집에서 잡일을 하게 되고,

할배는 요즘 아이들 답지 않게 당차고 바른 Sue에게 호감을 느껴 서로 친하게 지내게 되죠.

그러나 문제의 시작은 언제나 Tao에게서 일어나는 군요.

사실은 차를 훔치려던 것두 동네 아시아계

('몽'족 이라는데 ㅡ,.ㅡ;;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소수 민족이라는데 가상의 민족일 수도 있구요. Tao와 Sue 도 '몽'족입니다.)

깡패들에게 협박을 당하여 신고식 차원에서 억지로 하게 된 범행이었던 것입니다.

깡패들은 신고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백인 할배랑 붙어다니는 Tao가 마땅치 않았고,

호시탐탐 기회만을 노리다가 그에게 린치(담배빵이라니 -_-)를 가합니다.

사실을 알게 된 할배는 이제 친구이자 동료가 된 Tao를 지키기 위해

깡패들 우두머리 쯤 되는 녀석 집을 찾아가 손을 좀 봐주고 오게 되죠.

아 그러나 이넘들 만만한 넘들이 아니네요.

먼 동네 갱들이 기관단총을 들고 다니고

급기야 Tao네 집에 총으로 테러를 가하고, Sue는 납치해서 겁탈하는 지경에까지 이릅니다.

순하기만 했던 Tao는 빡이 돌고, 할배는 경솔했던 자신의 대처를 반성하고,

어떤 결심을 굳혔는지 주변을 정리한 후, 흥분해 있는 Tao는 교묘히 자기 집 지하실에 가둔 채,

'복수'의 길을 떠납니다.

(더 이상은 안 쓰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스포의 양은 상당하게 나왔네요 ㅋㅋ

왠지 감명 깊었던지라 스토리 라인을 정리해 보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걸리믄 죽는다!! 라고 외치는 듯한 할배 포쓰~>


이 영화는 다각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공화당 지지층 블루 칼라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듯한 이스트우드 할배의 케릭터는

영화 초반에는 상당히 짜증나는 ㅎ 인물이었습니다.

불친절하며, 항상 화를 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무료한 일상을 바꿔주고

노년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해준 것은 그가 경멸하던 동양인 Sue와 Tao 였습니다.

(Sue 에게 초대된 파티에서 갑자기 각혈을 하자, 걱정하는 Sue를 뒤로하고, 화장실에서 읖조리는 대사가

"제길, 아들놈들 보다 '미개한 동양놈들'하고 맘이 더 잘 통하다니~" 이겁니다. ㅋ)

또한, Sue를 동네 깡패들에게서 구해주고 트럭에 태워서 집에 바래다 주는 길에

"왜 동양넘들은 살던 곳에서 살지 낯선 이곳까지 와서 민폐냐~" 하고 가시돋친 질문을 하는 할배에게

Sue는 담담하게 말하죠. '몽'족은 베트남 전쟁 때 미국 편을 들었기 때문에 전쟁 후 숙청을 당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고.

아마 이스트우드 감독은 편견을 넘은 인종간의 화합을 얘기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Sue와 Tao에게 마음을 연 이후에는 '미개한 동양놈들'에 대한 시선이 상당히 부드러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Tao라는 boy의 성장 영화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왠지 저랑 많이 겹치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이 케릭터에 저는 정이 많이 갔습니다.

여자들이나 하는 정원 손질, 집안일 하면서 남자답지 못하다고 깡패들에게 괴롭힘이다 당하던 그는

마지막까지 할배를 등에 업지 않고서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완성의 '마초'였지만,

할배의 유산으로 인해 그는 한 층 성장하고 남자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겠지요.






사족.

저는 이발소 욕쟁이 만담 씬이 왤케 유쾌하고 재밌던지요. ㅋㅋ

나중에 Tao 데꾸가서 '남자들의 대화'를 가르칠 때는 정말 크게 웃었습니다. ㅎㅎ

대머리 이발사 아저씨 많이 본 인상인데 ㅎ cine21에는 그 씬에 대한 사진이 없군요.




<개인적으로 반해 버린 케릭터, Sue>

한 가지 더 사족,

사실 얼굴이나 몸매나 그렇게 이쁜 것은 아닙니다만,

깡패들의 희롱에도 절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받아칠 수 있는 배짱과 용기,

낯선 이와도 금새 친구가 될 수 있는 탁월한 친화력,

삶을 대하는 바르고 진지한 태도 등등~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_+

마구 하악하악 하고 있었더니,

나중에 엉망이 되었을 때, 어찌나 열받던지.

사실 그래서 저는 할배가 라이플 꼬나쥐고 가서 대가리에 총알 한 방씩 박아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폭력에의 대리만족도 영화가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카타르시스라고 보는데요,

(현실에서는 그러믄 안되자나여 ㅡ,.ㅡ;)

그 점에서는 빵점 입니다~ ㅋ 속 터져서 원~~



배우 이름이 "어니 허" 라는데.

혹시나 허씨? 한국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