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
- 작성일
- 10-01-20 10:54
대설이다, 눈폭탄이다 하는 통에
이목이 눈에만 쏠려이었던 탓인지
오랜만에 내리는 비가 왠지 낯섭니다.
버석거리는 느낌에 한 글을 보태고 싶지만
일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네요.
비 오면 항상 쏘다니고 싶어져요.
전에 썼던 글이나 다시 한 번 재탕하고
일해야겠어요.
참 바쁜 거, 그런 상태, 싫습니다.
옛 이야기를 몇 년이 흐른 후 다시 되새기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드문드문 마치 1초 전 장면처럼
언제나 그대로 가시처럼 박혀있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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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어디서든 강에 이어져 있다.'
'비가 억수같이 오고 있어. 강과 비가 구분이 되지 않아.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를 모르겠다.'
갑작스레 쏟아진 비 때문에 명사십리는 애초에 포기했었다.
그래도 강가 까지는 나가보고 싶단 생각에 한참을 빗속을
걸었지만 숲풀 위로 자욱한 안개까지 피어올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돼버린지 오래다.
얇은 봄 잠바로는 애초에 비를 막을 기대도 안했지만,
소매 끝으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지경이 되어선 옷 깃으로
쏟아붓는 비를 가리며 핸드폰으로 문자하나 넣기 힘들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나서도 과연 이 핸드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싶은 의심까지 들었다. 야트막하게 기울어진
둔덕에 위태위태하게 기대어 선 나무에 잠시 기대어 바지 춤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지만, 담배 마저 흠뻑 젖어 불이 붙을까
싶었다.
어찌어찌 라이터 불로 담배를 말려가며 불을 붙이고 깊숙이
한 모금 들이마셨다 내뿜으니 그제야 한 숨 여유가 생긴다.
머리 바로 위에서 양동이로 쏟아붓는 듯한 비 아래선 그늘 넓은
나무도 별무 소용이 없었지만 어쨌든 잠시간 쉬어갈 만 한
다른 대안도 없었다.
손바닥 안 쪽이 뜨끈해져왔다. 비를 가리느라 손바닥 안쪽으로
담배를 품었던 탓이다. 다시 한 모금 깊이 머금었다 빗줄기에
연기를 태워보냈다. 어찌 틈이 보이지 않는 빗결에도 담배
연기는 용케 천천히 위 쪽으로 번져갔다.
바지 앞 왼 쪽 주머니에서 떨림이 전해져온다.
'그 새 멀리까지 갔네. 천천히 여기저기 다닐거라더니.
여긴 그냥 흐리기만 하네. 나중에 여행 이야기 해줘.
비 이야기도..'
담배를 던져버리고 다시 빗속으로 내쳐 걸어 나갔다.
입 안까지 비어져들어오는 빗물을 뱉어내며 무작정
걸음을 빨리했다.
지난 밤에도 그랬다. 술 몇 잔에 는실난실 헤푼 웃음을
흘리다 또 갑자기 정색을 하고 길을 나섰다. 자정이 넘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떠나지 못해 안달이 난 행색을 하는
나를 두고 그녀는 예의 익숙한 한숨을 내쉬었었다.
물범범이 된 운동화는 걸음마다 비명을 질척댔다.
그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운좋게 다시 도롯가로 내려섰을
땐 운동화를 벗어 끊을 엮어서 한 손으로 들고 맨 발로 걸었다.
길게 경적을 울리며 덤프 트럭 한 대가 옆을 스쳐지나갔다.
고약스럽게 물세례를 뒤집어썼지만 이미 젖을대로 젖은 바에야
가타부타 욕지거리를 뱉어낼 사정은 아니었다.
그냥 강이고 뭐고 부질없단 생각에 맥이 빠져 걸음을 멈추고
한 손으로 빗물이 흐벅한 얼굴을 훔쳤다.
그리고 갑자기 비가 한 풀 꺽이며 도로 건너편 쪽에서 빠르게
바람 한 줄기가 몰려왔다. 바람 결에 자욱하던 비안개가 갈라지면서
먹먹하던 건 넛 산 아래로 강 한 줄기가 태연히 얼굴을 내 비친다.
섬진강이었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붉은 황토물이 굽이치고 있었다.
잠시 쉬었던 비가 거세어졌다. 다시 안개가 강을 지워가는 모습을
멍하니 내려다보다 등을 돌려 강 반대 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왼쪽 앞 허벅지께가 떨려왔다.
'여기도 비가 오네. 오늘은 일찍 들어갈까봐.'
물기를 흠뻑 먹어 잘 들어가지 않는 신발에 애를 써서 발을
집어 넣어 다시 신고 답장을 보냈다.
'지금 올라갈께. 저녁 같이 먹자.'
등 뒤로 빗소리가 빠르게 강을 메워가고 있었다.
비는 어디서든 강에 이어져 있다.
..zzt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를 모르겠다.'
갑작스레 쏟아진 비 때문에 명사십리는 애초에 포기했었다.
그래도 강가 까지는 나가보고 싶단 생각에 한참을 빗속을
걸었지만 숲풀 위로 자욱한 안개까지 피어올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돼버린지 오래다.
얇은 봄 잠바로는 애초에 비를 막을 기대도 안했지만,
소매 끝으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지경이 되어선 옷 깃으로
쏟아붓는 비를 가리며 핸드폰으로 문자하나 넣기 힘들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나서도 과연 이 핸드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 싶은 의심까지 들었다. 야트막하게 기울어진
둔덕에 위태위태하게 기대어 선 나무에 잠시 기대어 바지 춤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지만, 담배 마저 흠뻑 젖어 불이 붙을까
싶었다.
어찌어찌 라이터 불로 담배를 말려가며 불을 붙이고 깊숙이
한 모금 들이마셨다 내뿜으니 그제야 한 숨 여유가 생긴다.
머리 바로 위에서 양동이로 쏟아붓는 듯한 비 아래선 그늘 넓은
나무도 별무 소용이 없었지만 어쨌든 잠시간 쉬어갈 만 한
다른 대안도 없었다.
손바닥 안 쪽이 뜨끈해져왔다. 비를 가리느라 손바닥 안쪽으로
담배를 품었던 탓이다. 다시 한 모금 깊이 머금었다 빗줄기에
연기를 태워보냈다. 어찌 틈이 보이지 않는 빗결에도 담배
연기는 용케 천천히 위 쪽으로 번져갔다.
바지 앞 왼 쪽 주머니에서 떨림이 전해져온다.
'그 새 멀리까지 갔네. 천천히 여기저기 다닐거라더니.
여긴 그냥 흐리기만 하네. 나중에 여행 이야기 해줘.
비 이야기도..'
담배를 던져버리고 다시 빗속으로 내쳐 걸어 나갔다.
입 안까지 비어져들어오는 빗물을 뱉어내며 무작정
걸음을 빨리했다.
지난 밤에도 그랬다. 술 몇 잔에 는실난실 헤푼 웃음을
흘리다 또 갑자기 정색을 하고 길을 나섰다. 자정이 넘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떠나지 못해 안달이 난 행색을 하는
나를 두고 그녀는 예의 익숙한 한숨을 내쉬었었다.
물범범이 된 운동화는 걸음마다 비명을 질척댔다.
그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운좋게 다시 도롯가로 내려섰을
땐 운동화를 벗어 끊을 엮어서 한 손으로 들고 맨 발로 걸었다.
길게 경적을 울리며 덤프 트럭 한 대가 옆을 스쳐지나갔다.
고약스럽게 물세례를 뒤집어썼지만 이미 젖을대로 젖은 바에야
가타부타 욕지거리를 뱉어낼 사정은 아니었다.
그냥 강이고 뭐고 부질없단 생각에 맥이 빠져 걸음을 멈추고
한 손으로 빗물이 흐벅한 얼굴을 훔쳤다.
그리고 갑자기 비가 한 풀 꺽이며 도로 건너편 쪽에서 빠르게
바람 한 줄기가 몰려왔다. 바람 결에 자욱하던 비안개가 갈라지면서
먹먹하던 건 넛 산 아래로 강 한 줄기가 태연히 얼굴을 내 비친다.
섬진강이었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붉은 황토물이 굽이치고 있었다.
잠시 쉬었던 비가 거세어졌다. 다시 안개가 강을 지워가는 모습을
멍하니 내려다보다 등을 돌려 강 반대 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왼쪽 앞 허벅지께가 떨려왔다.
'여기도 비가 오네. 오늘은 일찍 들어갈까봐.'
물기를 흠뻑 먹어 잘 들어가지 않는 신발에 애를 써서 발을
집어 넣어 다시 신고 답장을 보냈다.
'지금 올라갈께. 저녁 같이 먹자.'
등 뒤로 빗소리가 빠르게 강을 메워가고 있었다.
비는 어디서든 강에 이어져 있다.
..zz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