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부럽다! 펫코파크.'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를 구분하는 잣대? 간단하다. 구장 환경이 다르다는 게 가장 크다.

　20일(이하 한국시각) 일본과의 순위결정전 3회에 한국 이용규가 머리 뒤쪽에 사구를 맞았다.

　땅바닥에 쓰러져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던 이용규는 대주자 이종욱과 교체된 뒤 라커룸쪽으로 사라졌다. 이용규는 불과 십여분만에 X-레이 촬영을 마치고 이상없다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표팀 한경진 트레이너에 따르면, 펫코파크에는 4명의 의사가 상주한다. 트레이너실 옆에 의사들이 쓰는 방이 있고, 그 옆의 문을 열고 나가면 X-레이를 비롯해 몇몇 진료장비가 구비된 룸이 또 있다. 이용규는 바로 이 방에서 X-레이를 찍었다. 어지간한 부상은 곧바로 경기중에라도 그 수준을 체크할 수 있는 여건이 야구장에 상시 마련돼있는 셈이다. 이용규 외에 발목이 좋지 않은 정근우도 바로 이곳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펫코파크는 2004년 문을 연 최신식 구장이다. 구장 건축 비용만 4000억원 이상이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시설과 규모가 아니다. 선수 컨디션을 최우선 요소로 생각하는 마인드 자체가, 바로 한국프로야구가 흉내내기 힘든 기본 인프라인 셈이다.

　한국처럼 야구장이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해온 선수들이 WBC와 같은 큰 무대에서 미국, 일본과 함께 4강에 올랐다는 건 어찌보면 기적같은 일이다. 언제까지나 투지와 근성만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 야구장 환경이 좋아지지 않으면, 지금 한국야구가 보여주는 저력은 아마 롱런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 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 =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

[☞ 웹신문 보러가기] [☞ 스포츠조선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