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밑에 멜치 옹 글 보니.
불현듯 생각난 텔레마케터와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때는 바야흐로 중위 2년차의 봄,
따뜻한 봄바람이 실실 불어오는데,
주말인데 불쌍하게 당직을 서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터벅터벅 내려오는데,
모르는 전화가 걸려와서 받았더니만,

"고객님, 안녕하-"

바로 끊으려고 하는 순간에,
전화를 건 텔레마케터가,

"아아악! 잠깐만요!"

거의 한준희 옹의 "아아악! 바카리 코네!"를,
듣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샤우팅을 치더라고요.

깜짝 놀래서 예? 하고 계속 전화를 받았는데,


상품 이야기는 안 할 거니까,
그냥 몇 분만 이야기를 더 들어달라며,
애원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알바로 하는데,
시간을 못 채우면 어쩐다나 저쩐다나,


딱히 할 일도 없고,
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목소리도 예쁘고,
그래서 오랜만에 여자랑 통화나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눴지요.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눴죠.
몇 살이냐, 뭐하고 사냐, 어떤 스타일이냐,
이런 잡소리나 숭숭 해대고 있는데,

처자 분이 목소리 좋다면서 친절한 것 같은데,
밥이나 먹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전화번호를 말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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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링, 배터리가 나가버렸습니다ㅠ_ㅠ


보니까 거의 20분을 통화했더라고요-_-;
아마 저 당시가 여자친구랑 헤어진 지,
3년은 되었을 때였으니,
여자랑 5분 넘는 통화도 저때가
3년만에 처음이었을 듯-ㅁ-;

아무튼 정말 밥 먹을 생각은 없었겠지만,
뭘해도 안 되는구나 싶었던 하루였어요.
낄낄.


보통 습하면 재밌는데,
저는 습하기만 습할 뿐 재미는 개뿔,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