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회사원이라면, 아니 학생도 회의라는 것을 합니다.
2명이상의 구성원이 무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을 때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도출하여 효과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일종의 필수적인 과정이죠.

회사에 들어와서는 회의를 참 많이 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회의는 매우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며
매우 높은 수준의 논의가 오갈 줄 알았습니다.

신입사원 연수기간에도 발표 연습도 엄청 시키고
회의 연습도 엄청 시키고.......
그래서 현업에 배치된 후 많은 기대가 있었죠.




근데 막상 현업에 와서 몇년 지내보니
제가 기대했던 회의는 거의 없더군요.
사실 별로 자주 하지도 않습니다.

한다 하더라도 이건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회의 참여자 중 가장 윗사람이 시키는 것을 받아적는 자리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사장, 본부장의 의지를 전달받는 자리이기도 한 것 같군요.
가끔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과장님의 싸늘한 눈빛을 애써 무시해야 하고......




영화나 CF를 보면 뽀대나는 회의실에 앉아서 노트북을 앞에 놓고
멋지게 파워포인트를 빔프로젝터로 화이트스크린에 쏘아서 발표하고
(꼭 이럴때는 빔프로젝터로부터 나오는 영상을 몸으로 받아야 합니다 ㅋㅋㅋㅋ)
앞에 나가 발표를 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이렇게 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실 오늘 오후에 저희팀원 35명이 전체 참여하는
큰 회의가 무려 5시간 동안 있을 예정인데
인원이 많아서 제대로 된 회의가 이루어지지 않을뿐만 아니라
팀장과 부장을 중심으로 한 간부들만 제대로 발언하고
저같은 나부랭이는 그저 백그라운드로 앉아서 멍때리다가
가끔 받아적는 척이라도 해야할 생각하니 답답하기 그지 없네요.

문득 용기를 내어 의견을 개진해볼까도 하지만
조만간 팀도 옮길 예정이고 회사에 큰 미련도 없는지라
혼자 므흣한 상상 하는 시간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