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몇년전의 일입니다.

무심코 지나가도 되지만 문득 눈에띈 메일하나.

스팸들속에서 [오빠 잘지내지?]라는 제목의 메일은 의례히 그냥 스팸들과 함께 지워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상투적인 제목이었죠.

그 메일을 열어본건 메일의 발신인을 본것도 뭣도 아닌 첨 외국에 나왔을때 느낀

사람에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참전에 길지않은 기간동안 사귀고, 왜 헤어졌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그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제겐 그냥 [옛 여자친구]도 아닌[예전에 잠깐 만나던 애] 정도의 친구에게서 온 메일이었습니다.

전 누군과의 연을 끊을때 남아있는 모든걸 없애버리는 쪽이라 그친구의 전번이나 메일주소같은게 남아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메일이 날아왔더군요.



사소한 날씨얘기.
자기의 주변얘기.
잘 생각도 안나는 나와 그친구의 연애사.
최근에 붙인 취미.
그리고 결혼날짜.


무심했던 제 맘이, 왠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휑해지더군요.


그친구에게 각별한 맘이 남아있을리도 만무했고, 축하해주고 어쩌고하는 의리조차 남아있지않고,

심지어는 그친구 성이 이거였구나..라고 수신인의 이름을 보구서 생각이 났을정도인데도

아리고
쓰리고
휑하더군요.

그날 느꼈습니다.

내가 누군과의 연을끊을때 다 없애는건

결코 내가 쿨해서도,
매정해서도,
독해서도 아니구나.

난 그냥 그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는걸 겁냈던것 뿐이었습니다.
행여 우연히라도 그사람의 흔적을 보았을때

거기서 무너지는 내자신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것 뿐이었던 겁니다.

저는 딱 거기까지 인것 같습니다.

몇번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도.

아직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고 여전히 관계에대해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두근거림을 찾고, 내 맘이 향할곳을 찾는것은..


 






















































































역시 전 즞질러인가 봅;;;;;
좋은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