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추석이랍시고 저도 고향에 내려갔어요

어무니께선 제가 도착하자마자 왤케 살이 빠졋냐며
제가 젤 좋아하는 말랑말랑 터질듯한 복숭아를 내오셨어요

복숭아 다 없애고나자마자 바로 점심식사로 돌입했어요

간단히 점심식사하자 이러시더니만 간장게장에 민어회 블라블라 상추쌈을 내오셨어요
보양식으로 좋다시길래 민어회를 엄청 집어 먹었어요 

왤케 배가 부르지 싶었는데
아~ 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육회비빔밥을 시켜먹었었네요

식사 끝나고 시원한 배와 거봉을 내오셨어요
물론 이것들도 다 집어 먹었어요

이게 불과 네시간 동안만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최근 몇년간 명절때마다 체하던 게 생각나기 시작했으나
그땐 이미 늦었었어요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래도 증상이 평소에 체한거처럼 같아 보이진 않았어요



그러구선 세시간인가 네시간인가 지났나
그날 저녁식사론 어무니가 매우 간단하게 민어해장국을 내오셨어요
어무니께선 오래 끓여서 소화가 잘 될거라 하셨어요

하지만 그 저녁식사 후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던 내내
매운탕 위에 살포시 얹어져있던 민어의 그 기름기가 제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그 다음날에도 배가 아팠지만
하도 할일이 없어 일박이일 재방송만 골라 보다보니 라면을 안 먹고는 버틸 수가 없었어요

어무니께선 정성들여 끓인 라면에 백화점에서 사오셨다는 정통 독일식 소세지를 함께 내오셧어요
소세지는 역시 계란을 묻혀 구워야죠!!! 라고 아무리 생각해보려 해도
이건 암만봐도 죠낸 비싸보이는 독일식 정통 소세지였어요

라면도 보니까 대접에 가득 담긴게 양이 쫌 많아서 "우와 이게 몇인분이야?"라고 했더니 1.5인분이라고 하셨어요
계란도 잘 풀어져있고 파도 잘 어우러져 있고해서 한참 맛있게 먹었는데
어무니께선 국물을 맛 보시더니 "역시,,, 면을 한개 반만 넣었는디 스프를 두개 넣었더니 짜네잉..." 이라고 하셨어요

하아 엄마,,,,,ㅠㅠ




그리곤 어제 보성까지 내려가서 전어를 먹고 왔어요
전어회에 전어구이 남은 전어회로는 고추장에 참기름에 비벼서 슥삭~

소고기를 포기하고 먹으러간 전어이기에 제 배가 탈이 안 날리가 없었어요
거기에 함께한 생마늘은 거들뿐~
화순거쳐서 광주로 돌아오는데 거기 차막히던 터널에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아 아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배아픈건 몰랐을텐데
못 참을까 불안불안 -ㅇ-

다행히 때마침 네비게이션 DMB에서 보여주던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가 귀족 매점매석 처리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푹 빠져
별 일없이 집까지 올 수 있었어요




어머니께선 제가 많이 걱정되셨나봐요
화장실갈때마다 귀신같이 아시곤 "아들 또 ㅅㅅ했어? 아이고 그렇게 장이 약해서 으짠다냐" 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자연스레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되더라구요

최대한 참았다가 배가 미친듯이 꾸루루루루룩 거릴때만 갔어요

그래도 어제밤에 새벽 두시에 갔던건 안 걸렸어요
보성에서 올라올때 내내 운전하셔서 많이 피곤하셨던거 같아요




오늘 아침 반찬은 계란에 묻힌 독일식 정통 소세지와 간장 게장이었어요
제 여리디 여린 장을 생각하셧는지 밥은 많이 안 퍼놓으신거 같아요

첫날 민어회에 묻혔던 간장 게장을 사랑해주고 싶었는데 밥이 좀 밖에 없어서 서운했지만
전 제 장을 좀 더 아껴주어야 생각했기땜시 참았어요

아아 밥이 모자라 차마 못 먹고 온 간장게장의 하이라이트, 등딱지!!!가 눈에 아른거리네요




광주역까지 데려다 주는 동안 어머니께선 자신의 소원이
제가 병원가서 장검사 받는거라 하셨어요

왠지 장검사하면 장내시경 생각에 끔찍해서 대충 알았다고만 대답해드렸지만
속으론 "엄마,,, 엄마가 과식만 안 시키면 돼... 그거면 돼 진짜야" 라고 말풍선 매달아 놓았어요





하 배탈나서 힘들었다는 글 쓰려했던건데
글도 넘 길고 맛있는 거 이제 다 먹었다 생각하니 우울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