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처음에는 까만 개미가 기어가다 골똘한 생각에 멈춰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등멱을 하러 엎드린 봉산댁

젖꼭지가 가을 끝물 서리 맞은 고욤처럼 말랐다

댓돌에 보리이삭을 치며 보리타작을 하며 겉보리처럼 입이 걸던 여자

해 다 진 술판에서 한잔 걸치고 숯처럼 까매져 돌아가던 여자

담장 너머로 나를 키워온 여자

잔뜩 허리를 구부린 봉산댁이 아슬하다

봄비 맞는 두릎나무

산에는 고사리밭이 넓어지고 고사리 그늘이 깊어지고

늙은네 빠진 이빨 같던 두릎나무에 새순이 돋아, 하늘에 가까워져 히, 웃음이 번지겠다

산 것들이 제 무릎뼈를 주욱 펴는 봄밤 봄비다

저라다 봄 가면 뼈마디가 쑤시겠다

문태준의 수런거리는 뒤란에 있는 시 두편입니다. 거의 아무 페이지에 있는 연이은 두 시를 고른건데도 참 좋죠. 좋은 시들을 많이 썼는데, 특히나 이 시집은 음.. 뭐랄까요 토템? 향토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멋진 시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 말에서 다양하게 쏟아져나오는 감칠맛나는 표현들은 세계 최고인 것 같아요. 가끔 외국애들에게 그런 멋진 것들을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게 거의 불가능해서 참 안타깝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이불뭉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