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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과학에서의 '종교적 믿음'이라는 것이 '페러다임' 이지요.
근데 페러다임은 언제든지 누구에 의해서든지 깨어지고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의 역사에서도 충분히 경험 했고, 또 누구나 인정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논지는 충분히 알겠는데
과학에서의 '믿음'(개인적으로는 '직관'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합니다만)과 종교적 '맹신'을 같은 선상에서 보기에는
많은 무리수가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 비판에 대한 '변화'의 자세가 대다수 과학자에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고들 하지요. ^^ 이론의 변화는 노교수들이 다 죽어야 가능하단 말도 있고... 이건 농담입니다.

글에서 말한 종교적 믿음은 종교적 맹신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해 그냥 믿는 걸 말합니다.

언제나 모든 사실을 비판적으로 대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인간 아닐까요? 어느 순간엔 마치 종교적 행위처럼, 혹은 검은 박스에 들은 알 수 없는 사실에 대한 편리한 믿음처럼 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자체가 비과학적인 것이지요
진정 과학이라는 것은 그것마저도 뛰어넘으려는 의지이구요.

일반인들이 과학적, 객관적인 근거에 권위를 부여하고 거기에 맹목적 믿음을 투사하려는
태도를 꼬집으신 거 같은데,
사실 그 자체가 무지의 소치이고 과학의 본질과 거리가 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화론에 관한 종교인들의 왜곡된 관점이 생각나서 발끈하게 되네요.

글쎄요. 그런 의미라면 진정한 과학은 없겠지요. 그런 과학을 위한 노력은 있겠지만요.

제 글은 어느 면에서는 맹목적 믿음을 부여할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의 한계라는 겁니다.

과학계에 '합리적 비판'에 대한 '변화'가 없었다면 과학이 이만큼 오지도 못했습니다.
노교수들이 죽기 전에(한 세대가 바뀌기 전에) 그러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면 역시나 과학은 한참을 뒤져 있었겠죠.
현실적인 검증이 불가능한 이론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주론으로 올라선 것들이 불과 일년만에 무너지는 일이 흔하고
이를 위해 인접 지역 혹은 동일 건물 내에서 많은 학자들이 모여앉아 바로 옆 건물의 혹은 옆 연구실의 학자들이 만든
이론들을 논리적으로 무너트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학계가 받아들이는 입장은
검증이 불가능한 이론들에 대해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본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검증이
불가능한 이론들은 학계에서도 과학 보다는 철학으로 보는 학자들이 있는데 이들 철학은 과학게에서도 제법 존중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끈이론' 같은 현실세계에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론(철학?)들이
주목을 받을리가 없겠죠.

불확정성원리와 불완전성원리는 의미가 다릅니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원리는 '정확하게 관찰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것으로 '맹신'을 불러올 필요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의 양자역학은 미립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영역이
확장되면 다르게 이해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봅니다) 수학에서 불완전성원리는 '완벽하게 증명할 수 없다'는 것으로
수학은 과학과 달리 귀납적인 방법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고 모순이 발생하면 존재조차 할 수 없으므로 불완전성의원리
에 대한 입장은 충격적이었겠죠. 그렇다고 수학의 기반이 무너졌느냐.. 그건 아니죠.

과학은 계속 변해(발전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걸 과학계가 부정하고 있지도 않구요..
아인슈타인이 기존의 뉴튼 물리학을 뒤집었지만 그렇다고 뉴튼 물리학이 모두 틀린건 아니였습니다. 지금도 학교에서
배우고 있죠. 아인슈타인의 이론 역시 만물에 통용되는 이론은 아니였습니다. 미립자의 세계에서는 맞지 않으니까요.
아인슈타인인 역시 말년에는 다른 이론들을 수용하지 못했고 (자신의 고집과 스스로에 대한 권위에서 벗어나질 못했
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죽기 직전까지 연구했던 통일장 이론은 결국 아인슈타인에 의해 나올 수 없다고 예상했던
학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말년의 아인슈타인은 다른 학자들에게도 무시받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만물을 아우르는 통일장 이론을 기대하고 많은 연구들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뉴튼물리학이니 상대성이론이니
양자역학이니 하는 것들은 만물의 부분을 표현하는 학문들이지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하고 있으므로 언젠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통용되는 공통의 법칙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하고 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철학인지
과학인지 모호한 '끈이론' 역시 이러한 통일장 이론중 하나이구요.

저는 왜 종교적 믿음을 자꾸 과학에 견주에 인정받으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학의 한계를 이용해 종교를 납득시키
려는 노력들이 꾸준하게 있어 왔는데 마치 과학적 논리가 부정되면 종교적 믿음이 승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더군요. 지금 본문의 발상 역시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정작 과학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더 나은 이론을
찾기 위해 지금도 연구중인데 종교계는 과학의 한계를 이용해 과학을 공격하고 그로 인해 종교적 타당성을 찾으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곤 합니다. 기존에 주론으로 인정받던 과학이론이 무너지고 다른 이론으로 대체되는 것을
두고 과학은 틀렸다거나 완전하지 않다며 과학을 믿는 것 역시 맹신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절대
적인 믿음에 기반한 종교계가 할 말이 아니죠. 과학이론의 대체는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타당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을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과학계는 전혀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엉뚱하게 종교계에서 이를
가지고 과학을 폄하하고 무시하려고 하니... '과학은 진실이 아니다'로 몬다고 '종교는 진실이다'가 성립되는 것이
아닌데 여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면이 있습니다. 종교가 불확실한 것처럼 과학도 불확실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역시 그다지 합리적인 발상은 아니라고 보구요. (완전한 이론을 찾기 위해 과학계가 유동적이라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반면 종교는 그런게 없죠) 과학의 보수성을 문제삼기엔 과학은 너무나 많이 변해왔습니다.
노학자들이 고집을 부려도 변할 것은 다 변해왔다는 말이지요..

길게 자세하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제 직업 상 말씀해주신 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글의 의도를 좀 분명하게 쓸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네요.

그리고 과학과 맹신을 견주려는 건 아닙니다. 믿음과 맹신은 조금 다른 층위 같네요.

아래 비스타님이 잘 써주셨는데, 종교도 맹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논리와 체계가 있습니다. 변화도 잦습니다.

이 글은 과학과 종교를 비교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과학에 조차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가장 엄밀한 과학에서 이런 데, 다른 곳에서는 더 심하다는 비유일 뿐입니다.

사실 종교도 맹신으로만 볼 것은 아니지요. 과학과 방법론이 다를 뿐 나름의 논리와 체계가 있습니다.

과학이 인간 이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과학만능주의이며 위험한 생각이지요. 본문에서 불확정성원리와 불완전성원리를 언급하셨지만 인간의 이성이 기반하는 언어 자체가 비트겐슈타인이 지적했듯 한계가 명확합니다. 과학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 과학을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진보에 대한 믿음, 근대화라는 이름의 효율성과 합리성의 맹목적 추구가 오늘날의 위기를 낳은 데 대한 성찰이 과학자들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뿐이지요.

곰너부리님 글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좀 더 공부하고 집중해서 이런 글을 읽고 싶네요. 노력해야죠

그렇게 집중해서 읽을 글은 아닙니다. ^^ 위에 언급된 불확정성원리, 불완전성원리, 보일의 공기펌프에 관한 좋은 글은 차고 넘치니 그걸 읽으세요. ^^

(불완전성 원리랑 달리)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이름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름이 물리학 이론 자체가 불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죠.

고전역학 적으로 생각할 때, 운동량과 위치는 동시측정가능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우리의 거시세계에서의 경험과 달리 미시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결정'해준 것이 그 이론인 것이죠.(운동량과 위치 뿐 아니라 측정가능한 물리량들의 연산이 교환가능하지 않을 경우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엄마, 아빠 중 한 명 꼽으라면 누가 더 좋아라고 물었을 때, 둘다 좋아라고 말하면 반칙인 것처럼 룰이 그러한 것.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에 대해서는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다만 ,(수학 체계가 전부 모순이라기 보단) 수학체계 내에서 참이더라도 증명불가능한 명제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짧게 들어알고 있는데 이게 실재에 모순을 가져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귀납, 경험으로 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세히 말하기는 힘드네요. 저도 모르니까.

제 경우는 물리나 수학을 통해 철학을 얘기하는 것에 조금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해가 쉽죠.

네 맞습니다. 과학이 쌓아온 성과를 부정하려고 하는 글은 아닙니다. 수학의 몇 가지 공리가 지금에 와서 부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죠. 그리고 경험적으로 축적되 부단히 검증된 과학적 사실이 쉽사리 무너질리도 없습니다.

이 글을 '수학이나 물리와 같은 과학에서 조차 합리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고, 정치나 사회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네요. 이런 면이라면 말씀하신 측면에서 큰 무리 없을 겁니다.

전 물리나 수학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부터 계속 대화를 했었고요. 더 적극적으로 과학과 철학을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해의 여지가 생기면 이너 서클에 있는 학자가 나서줬으면 좋겠네요. ^^

전 물리학을 형이상학을 형이하학으로 끌어내리는 일에 속한다고 생각을 해요. 어떻게 보면 생각하시는 것과 반대고 어떻게보면 일맥상통하네요. 근데 자연과학 내에서 대가들은 철학쪽으로 잘 가지 않죠. 학문 내에서도 할 일이 많아서;; 다 늙어서 가는 경우가 생기는 건데 그 때는 또 하던 연구로 인해 생긴 편견들로 인해 새로운 학문과 접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다만 본문, 그리고 리플에서 나타나는 생각의 점핑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도 적극 동의해요. 과학이 귀납의 학문이어던 시기는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났고 모든 학문에서는 아이디어가 중요하죠. 그냥 가설을 하나 세우고 따라오는 설명들이 합리적이면 이론을 진행시켜버리기도 하구요. 수학에서는 공리에 해당하는 것이겠네요.

그래서 저도 참 많이 헷갈립니다. 다만 직업성향상 헷갈리는 일이 있다면, 더 명확하게 해낼 수 있는 곳으로 움직이다보니 아예 이런 류의 과학철학 쪽은 생각하는 것을 피해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