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굉장히 클리어 하네요. 더불어 생각난건데 승민(엄태웅)이 유학 떠나기 전 집에 관해 엄마와 은채(고준희)와 각각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잖아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면 오래된 집과 함께 엄마를 남겨둬야 한다는 고민과 은채의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은 집에서 신혼을 시작한다는 고민이 나오는데. 정말 도식적이긴 하지만 건축학 개론과 연애학 개론을 영리하게 잘 연결시킨거 같아요.

전 서연(한가인)이 넥타이를 선물하려고 고르고 술집에서 기다리잖아요. 그 때 승민과 은채가 같이 들어오는데 아마 승민은 은채를 배려해서 같이 온거겠죠 (하지만 아직 관객은 둘의 관계를 모르구요). 그 자리에서 은채가 마치 모르는척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생각해보면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을꺼에요. 그런데 이걸 영화 안에서는 노골적으로 보여 주질 않아요. 저는 이런 점이 좋더라구요. 제가 본 같은 빛깔의 일본 멜로 영화 같으면 쿨한척하면서도 쿨한척 한거 다 말하곤 하는데 이 영화는 덮을껀 덮어둔채로 놔둔달까. 이게 앞으로 나아가는데 참 좋을테니깐요.

글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부탁드려요.

일요일 오전부터 읽어주셔서 감사할따름입니다.

며칠전에 이 영화를 무심결에 봤다가 오늘 문득 다시 또 보고 싶다 생각들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새롭네요.
감독이 건축과를 나왔다고 하는데, 사랑과 건축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확 바꿔버렸어요.
창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글을 읽으니 정말 다시 꼭 봐야지 생각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어제 영화를 보고, 난생 처음으로 다음날 오전에 조조로 다시 이 영화를 봤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두 번 봤던 영화는 있지만 이렇게 연속적으로 영화를 자발적으로 두 번 보러간 적은 처음이네요.

너무 짧은 시간에 다시 봐서 그런지 멘붕할 작정하고 혼자보러 갔는데, 오히려 더 차분하게 잘 봤어요.
승민이 건축학개론 종강하던 날 서연이 현관에 귀를 대고 짓던 표정과 눈오던 날 자기 집에서 이불덮고 짓던 표정에서
이별의 단계단계가 그려지는거 같더라구요. 제가 이별할 때 처음에는 어벙벙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다음 날 나오던 눈물이 멈춰지지가 않았거든요. 그 때의 감정이 기억나게 되더라구요.

영화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는 진부한 설정은 거슬리더라도 다시 한 번 이해하기로 했구요.
저도 "창문"에 대해선 생각지도 못했는데, 역시 감독이 건축과 출신이라 그런지 그런 부분이 있었네요.

개인적으로 술취해서 다른 남자의 부축을 받고 가던 여친을 봤던 적도 있고, 제가 술취한 여자분 부축해서
집에 데려다준 적도 있어서(후자는 누구나 있겠지만 전자의 경우는 경험 안해본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네요)
어제는 그 장면부터 제대로 멘붕이 왔었습니다.(이것도 역시 남자관객들이라면 누구나 그 순간부터 멘붕이 왔겠지만요 ㅎㅎ)

건축학개론이 20대의 순수한 사랑과 30대의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뤘다고는 하지만 30대의 사랑도 충분히 미화되어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건축학개론2를 통해 주인공들의 지나치게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그려보는건 또 어떨까 싶습니다.
영화에서 사용된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순수한 사랑을 부각시켜주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니까요.

"너도 저쪽에 가서 돌아서 있어.. 하지만 너무 멀리 가서는 안돼"
사랑이 너무 급하게 다가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랑이 떠나가는 것에 대한 무서움.

매번 그랫엇죠. 그러더군요, 저도 그랫구요.
건축학개론. 보고싶어지는군요.

오늘 조조로 보고 왔는데

아 정말 멋진 글입니다. 존경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