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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시네마테크 부산 기획 상영 프로그램인 <오래된 영화3>에서는 정말 좋은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본 영화 중에 시드니 루멧의 <허공에의 질주>,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는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프란시스 코폴라의 <대부>를 봤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서면의 허름한 소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난뒤 밤거리를 털래털래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의 <대부>를 보고 난뒤에도 그랬습니다.

밤 깊은 수영만 요트 경기장을 그냥 한바퀴 휭하니 돌았습니다.





어떤 영화는 걸작/졸작을 넘어서 존재 자체가 기적인 영화가 있습니다.

<대부>가 그런 영화입니다.

1. 당시 서른 한살의 프란시스 코폴라는 네편의 영화를 말아먹고 30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2. 원작자 마리오 푸조 역시 신통치 않은 소설을 쓰면서 1만 천달러의 도박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3. 이 영화의 주인공 말론 브랜도는 파라마운트와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47세였는데 65세의 연기를 해야했습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말론 브랜도에게 고작 5만 달러의 출연료를 지불했고, 이미 대배우였던 그에게 카메라 테스트를 요구하는 굴욕을 줬습니다.

4. 영화사측에서는 말론 브랜도가 맡았던 돈 코를레오네 역을 조지 c 스콧이나 로렌스 올리비에에게 맡길 생각이었습니다.

5. 알 파치노가 맡은 마이클 코를레오네 역은 원래 워렌 비티가 내정되어 있었습니다.

6. 촬영 감독 고든 윌리스는 배우의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어두운 조명을 사용을 고집해서 코폴라와 대립하기도 했습니다.

6. 영화 촬영 도중에 영화사측은 코폴라를 해고하고 엘리아 카잔으로 교체할 것을 고려했습니다.

7. 마피아들은 이 영화가 자기들의 명예를 더럽힐 것으로 예상하고 영화사측과 감독을 영화 촬영 내내 협박했습니다.


아마 열거를 하려면 끝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 중 어느 하나가 삐긋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지금과 같은 <대부>는 없었을 겁니다.

코폴라는 한때 이런 소릴하고 다녔습니다. "나는 천재인지는 몰라도 재능은 없다 ", "쓰발.. 만들어 놓고보니 시커먼 방구석에서 남정네들이 이야기하는 영화가 되버렸어.."


아마 코폴라 자신도 무슨 영화를 만들었는지 실감이 안났나 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기적인 것입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현된 기적을 경험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