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를 보고 있으면... 얼마전 미국의 재정 위기를 보는 거 같,,,
- 작성일
- 11-11-02 21:47
얼마전... 미국이 부채한도총액을 증액하는 문제가지고 싸우다가... 겨우 합의했더니...
오히려 미국이 더 이상 재정정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었죠.
08년 리만브라더스 부도 이후에 미국 경제 성장을 마이너스에서 겨우 구원한 건 순전히 중앙정부재정의 힘이었기때문이었죠.
그런데 그리스 사태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 합니다.
겨우 그리스 부채 재조정 했더니...
다른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 가격이 올라버렸죠.
아시겠지만 그리스의 부채재조정이 그리스에서만 벌어질 일이 아니라는 걸 예상하게 되고
시장은 다른 이탈리아나 스페인 역시 부채재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되면서
그 비용을 채권가격에 포함시켜버리게 됩니다.
지금 100만원짜리 국채 가격이 재조정을 거치면 50만원짜리밖에 될 수가 없으니
그러면 시장은 100만원 짜리 국채를 50만원짜리로 다루게 되니까요.
안 그래도 부채가 많은 남유럽 국가들은 채권 발행 비용이 올라가 이자가 높아지면...
재정적자 감축은 바이바이~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그리스의 부채재조정으로 국가적 모럴해저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다들 그리스와 같은 부채재조정을 요구하는 거죠.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서는 국가 내부적으로 재정감축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먼저 시행해야하는데
오히려 부채재조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내부적인 재정감축은 일단 뒷전으로 미뤄둔 꼬라지입니다.
이미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해서 내부적인 정책으로만 부채 해결을 불가능하고 필연적으로 부채재조정이 있어야하는데
어차피 부채재조정할 거 뭐하러 먼저 나서서 국내 정치의 리스크까지 떠안으며 재정감축을 먼저 시행하느냐는 계산인 거죠.
남유럽 국가들이 유럽 재정 문제에 중국도 동참해라 하는 거 보면 정말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중국이야 IMF를 비롯해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늘리기 위한 기회로 보고 일단 나서기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일단 그리스 문제는 어떻게 합의를 보았지만 과연 이러한 스트레스를 독일을 비롯한 여타의 북유럽 국가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국가적인 모럴해저드와 싸우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국가들의 국가적인 부도 현상은 어떻게 버틴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에도 이들 국가들의 지방정부 부도는 피할 수가 없어 보이거든요.
지방정부가 무너지면 결국 이 부담이 다시 중앙정부로 넘어갈텐데... 그러면 적자 규모는 지금보다 얼마나 더 커질지...
그리스 부채재조정 발표 이전에 이탈리아, 스페인과 먼저 어떤 합의가 있길 바랬는데
현실은 그저 일단 급한불 그리스부터 끄고 보자 였나 보네요...
그리스 문제 해결로 한 고비를 넘긴 것이 아니라 그리스를 계기로 문제가 확산되는 모양새인 거 같습니다.
모럴해저드와 싸우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강한 인식과 공감대 형성, 그리고 강력한 정치적 리더쉽이 있어야하는데
오히려 현실은 유럽의 리더쉽이 해체의 길을 걷는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