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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에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성치 영화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때 저는 그냥 피식했죠.
뭐 대강 시간 땜빵용 영화겠지하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소림축구>를 보고 나서 주성치가 만들어 논 영화들을 다시 찾아서 봤습니다.
자기 분야에 나름의 일가를 형성한 고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성치는 영화를 위해 중국 고전을 빌려오거나 컴퓨터 그래픽을 차용해도 분위기에 편승해서 이것 저것을 만드는게 아니라
자신의 코미디를 중심에 두고 스펀지처럼 흡수해버리더군요.


일본의 코미디언이면서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는 사실 별로 좋아하는 감독이 아닙니다.
초기 영화들은 좋았는데 최근에 가면 갈수록 더 나빠지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이 양반도 독특한 영화언어를 구사합니다. 다케시 타임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엇박자 편집을 하지요.
타이밍상 '어.. 이렇게 편집하면 이상한데..'하는 느낌이 들도록 숏을 붙입니다. 그런데 그게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져서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저는 다케시의 영화보다 그가 쓴 책이 더 재밌습니다. 우리 나라에 그가 쓴 에세이가 4권 정도 번역되었습니다.
다케시가 우익이라서 거부감이 가는 글들도 있지만 <생각노트>에 쓴 그의 글은 상당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그가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를 모르고 책을 봤다면 수려한 문장에다 깊은 사고를 하고 있어서 "나쓰메 소세키가 쓴 에세이인가?"하는 착각마저 들더군요.

암튼 홍콩과 일본의 이 두 코미디언은 그냥 우습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