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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이번 겨울에 상영되는 영화를 소개하다가 문득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가 생각이 나서 잠깐 너스레를 풀어봅니다.

모든 걸작들이 다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두고 두고 보아도 할말이 많고 감탄스럽기 짝이 없는 영화이지요.
 
오늘은 그 중에서 음악이 아주 인상적으로 쓰여진 씬을 소개할까 합니다.

영화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누들스(로버트 드 니로)가 황급히 자신의 거처를 옮기지요.
역에서 역무원이 어디 가실거냐고 묻자 누들스는 가장 빨리 떠나는 기차를 편도로 주문합니다.

이 클립의 36초 부분에 음악이 하나 흐릅니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Cockeye's Song이 그것이죠. 게오르그 잠피르의 팬플룻의 소리가 처량하게 들리는 명곡이지요.

그리고 잠시 후 '코니 아일랜드'라고 쓰여진 벽의 작은 문 앞에 누들스가 서 있습니다.

그런데 1분 40초에서 숏과 음악이 갑자기 바뀝니다.      

거울이 보이고 갑자기 누들스가 나타나는데 백발이 희끗 희끗합니다. 이게 왜 이럴까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누들스가 35년이 되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을 단 하나의 숏으로 처리를 한 것입니다(씬과 씬 사이에 일종의 점프 컷을 한 경우입니다)

물론 이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5년 전과 후를 전혀 다른 음악으로 연결시키고 있음에 주목하십시오.
35년 전은 Cockeye's Song의 처량한 팬 플룻이었다면 누들스가 고향에 다시 돌아 온 35년 후는 비틀즈의 Yesterday입니다.

이건 미친 짓입니다. 영화에서 금기시되는 것 중에 하나가 유명한 곡을 영화 음악으로 쓰지 말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너무 유명한 곡이 영화에 갑자기 나오면 관객은 영화보다 그 음악에 집중하기 때문이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누가 들어도 다 아는  비틀즈의 Yesterday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이 꾀많은 감독은 그걸 그대로 사용하지 않지요.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노래 가사는 다른 가사는 다 쳐내버리고 딱 두 가지 단어만 남겨 놓았습니다.

Yesterday와 Suddenly입니다. 그러니까 한 남자가 과거(Yesterday)에 고향을 떠났고, 지금 35년 만에 갑자기(Suddenly) 고향을 찾은 겁니다.
단 두 가지의 단어로 35년의 시간 차를 바로 붙여 버리는 것이죠.

편집은 숏과 숏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가사로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르지오 레오네라는 거장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