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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만든 <카페 느와르>를 오늘 봤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더군요. 정성일 카페 회원들은 격찬을 했고 허문영 평론가는 21세기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뽑았습니다.
황진미씨나 듀나 같은 평론가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고 우리 베팍의 영화 고수 중 한분이신 이리엘님 또한 시무룩한 반응을 보였죠.

아직 본격적인 평론은 안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영화평론가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건지 잠잠하네요.
사실 이런 영화는 정성일씨가 평론을 해야하는데 자신이 영화를 만들었으니..
아마 다음 주 쯤에 허문영씨와 정성일씨의 대담이 <씨네21>에 나올 것 같습니다. 그때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기대됩니다.

사설은 이만 줄이고 저의 솔직한 심정을 말해보죠. 한마디로........... 모르겠습니다.
저도 영화 꽤나 본다고 봤는데 이런 영화를 보고 바로 "우와.. 걸작이다"라고 말하기 힘드네요.
나중에 제가 이 영화를 잘못 봤다고 평가를 수정할는지는 몰라도 지금 심정으로서는 고개가 저어집니다.
한마디로, 홍상수 영화와 아핏차퐁 위라세타쿨의 영화를 잘 분석하는 것과 그 수준의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거지요.

제가 198분 동안(정성일 감독 말로는 2시간 78분) 저는 씬 단위로 계속 메모를 하면서 봤습니다.
보는 내내 저의 심정은 <키노>의 에디토리알이나 정성일 트위터에 쓰여져야 하는 말들이 배우들의 입에서 여과없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에는 수많은 인용이 나옵니다. 홍상수, 봉준호, 박찬욱, 이만희, 왕가위, 허우 샤오시엔.. 그래서 영화광들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수정하겠습니다. 영화광이래도 대략 어떻게 인용된 건지는 알겠지만 왜 굳이 그걸 인용하는지 쉽게 이해는 못하겠네요)
예컨대 영화 내내 서울 타워가 보입니다. 이건 홍상수의 <극장전>에서 서울 타워가 죽음의 그림자를 상징한 것을 그대로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후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정성일씨가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에는 퀴즈를 던지는 영화가 있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있다. 퀴즈를 던지는 영화는 즉각적으로 답을 요구한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질문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영화다"
정성일씨는 당연히 후자를 좋은 영화라고 평하지요.

저는 이 영화가 퀴즈를 던지는 영화인데 퀴즈에 대한 답도 정확하게 해주지 않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1부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2부는 <백야>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원작에 정성일씨가 평소에 했던 수많은 말들이 덧씌워집니다. 자살, 체념, 그래도 살아야 한다...
정성일씨의 평론을 보면 굉장히 치밀한 글도 있지만 글 중간 중간에는 여고생 취향의 감수성이 묻어 있는 글들이 있지요. 이 영화가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심스럽지만 1부는 자살이 2부는 체념 속에서도 버텨나가야 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암튼 다음 작품도 이렇게 불친절하고 가오 잡는 대사로 남발할지 의문이 드네요.

영화관을 나올 때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 포스트가 걸려 있더군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심형래와 정성일의 공통점.... 다음 작품이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 물론 제 주관적 견해입니다.
재밌게 보셨거나 어떤 심오한 깨달음을 얻으신 분 계시면 글 써주세요. 경청하겠습니다.

아 글구.. 제가 제목을 '<카페 느와르> 20자평'이라고 했으니 20자평을 써보겠습니다. 정성일씨가 좋아하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20자평 해볼께요..



20자평 : 피~~~~~~~~~~~~~~~~~~식(글자 수 맞췄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