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개념 중에 지견장이라는 게 있어요.
- 작성일
- 12-02-24 17:42
이보게 저승갈 때 다 들고가나? 스님이 쓴 이런 비슷한 제목의 책에서 본 내용인데,
(아마 30대 후반 이상 분들은 어릴 때 광고를 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어느 스님이 면벽 수도 용맹정진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에 깨달음을 득 하셨죠.
온갖 세상의 이치와 해탈에 이르는 길을 알게 되신 스님은 .. 대승의 이치에 따라 불법을 전하러 사바세계로 내려가십니다.
근데 정작 마을을 돌면서 설법을 하려고 하는데, 이 화려한 말빨과 깊이 있는 설법, 우주와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막 설명해 주는데도
마을 사람들이 그냥 땡중보듯 하면서 거들떠도 안보더랍니다.
처음에는 득도한 척 허허 웃으면서 참았지만 속으로 열불이 나더래요.
자기가 고생고생해서 깨달은 엄청난 진리를 가르쳐 준다는데도 무식한 중생들이 알아보질 못하니까 말이죠..
그래서 고민을 해 봤는데, 알고보니 그 깨달음 자체가 마장(魔場)이라고 합니다.
지견장, 해석하면 깨달음의 마장인 거죠.
거기서 마장에 빠져버리면 그냥 자기는 잘났고 버러지같은 대중이 내 말 안들어서 안되는 거고
가끔 똑똑한 소리 깨나 할테니 (일단 깨닫기는 했으니) 중으로서는 외형적 성공을 할 수도 있을 거고요.
세상이 위대한 날 몰라봐 주고 하등한 중생들은 평생 그러고 살라지 ㅅㅂㅅㅂ 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거죠.
이 마장을 극복하고 나면 성철 같은 고승이 됩니다.
이런 고승이라는 분들이 보통 '나 잘났다. 내가 불법 안폈으면 니들 업보 조금이라도 줄었겠냐.' 이런 말씀은 안하시죠.
(안깨달았는데 체면 때문에 대인배 코스프레인지 모르겠지만 ㅎㅎ)
그런데, 사회 참여나 정치 참여에도 이런 케이스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꽤나 똑똑해서 철학도 좀 섭렵하고 정치 분석도 좀 섭렵하고 ..
그래서 머리 속으로 정치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깨달음이 찾아 오죠. (지견장과 비교하는 건 아주 높이 쳐주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머리 속 계획 대로 얘들은 이래이래 하고 쟤들은 저래저래 하고, 이놈은 죽이고 저놈은 키우고
국민들한텐 이 떡밥을 던지고 저 떡밥은 숨기고 ... 정치권이나 국민이나 일사분란하게 내말만 따르면 문제가 완전 다 해결될 텐데 ...
하지만 현실은 그냥 술집에 가면 흔한 정치 전문가의 한 명일 뿐이죠.
이 단계에서 마장에 빠지면, 크게 두 갈래로 현상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하나는 국개론이죠. 내 말대로 따르면 다 되는데 멍청한 국민들이 위대한 내 말을 몰라주거나 안따라줘서 ....
다른 하나는 과거에 정치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던 겁니다.
'이떡밥을 치면 국민들이 혹할거고 그 때 저떡밥을 던져서 판세를 몰아서 요떡밥으로 마무리 ..' 이런 식의 선거 기획이죠.
(물론 기술적 차원에서 선거 전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둘의 공통점은 철저하게 오만하고, 철저하게 국민을 무시하는 위에 성립된다는 거죠.
전제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없고, 사실 무슨 의미있는 예측 같은 것도 못하는 ..
말 그대로 술집에 흔하디 흔한 후 정치 전문가의 정치 평론에 가까울 뿐입니다.
내 입장에서야 내 의견이 제일 맞는 것 같겠지만 이거야 당연한 거고,
사실의 판단이나 견해에서는 자기 생각에서 좀 물러나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
거창하게 썼는데 결론은 하나마나한 그런 얘기 ...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