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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재 민주화 운동 그리고 노동운동에 대한 연대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80년대와 90년 초 중반 까지의 대학에선 신입 대학생들에 대한 재사회화
기능이 존재했었습니다.

학생 자치권이 강고하게 추진됐고, 사회적 정치적 진보 운동의 연대 축으로써
대학이 기능하고 있었던 때이기도 하구요.

고교까지 주류 기득권의 교육을 받아왔던 학생들이 대학 속에서 새로운
인문적 교양을 갖추게 됐고 그에 따라 사회적 정치적 의식 역시 성장하는
구조였죠. 그리고 그 구조 내에서 학생들의 자치 조직이 재사회화의
교육적 기능을 수행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형식적이나마 문민정권의 등장 이후 이러한 대학 내의 재사회화
기능은 점점 쇠퇴하게 됩니다. 사회의 반독재 민주화 요구가 문민정권으로의
교체를 통해 어느 정도 충족되면서 대학에게 운동의 연대 내지 선봉을 갈급하던
사회적 요구 역시 감소했기 때문이죠. 대학 구성원들 역시 운동으로 획일화 됐던 
경직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요구하기 시작했구요.

어쩌면 이 단계에서 우리나라의 대학은 근저에 사회 정치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을 만개시키는 형태로 진화할 기회도 있었다고 봅니다.
90년대 중반 시점에 대학에서 상당히 다양한 형태의 문화적 맹아들이 꽃피던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IMF 사태는 이러한 가능성들을 일거에 말살해버립니다.
그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 긴장 의식 마저도 익사해버리고
만 듯 합니다. 대규모 실업사태와 취업 부진 속에서 대학 졸업생들의 사회적 생존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렸죠.

이 틈바구니에서 대학당국은 학생 자치권을 대부분 말살시켜버리는 정책을 펼칩니다.
예를 들어 이 당시 수많은 대학 내 사회, 정치, 문화 동아리들이 동아리 방을 빼앗기고
학교 측의 경제적 지원 역시 끊깁니다. 그리고 그 공백은 대부분 취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들로 채워지죠. 저는 이미 졸업을 했을 때 였지만 후배들의 증언에 의하면
거의 학살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그 동안 대학이 신입생들에게 수행해왔던 재사회화 교육 구조도
허물어져 버렸죠. 더 이상 주류 제도권 교육을 받아온 신입 대학생들의 의식을 깨고
새로운 인문 지식으로 눈을 넓혀줄 기회와 가능성이 대학 내에서는 없어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날과 같은 대학과 대학생의 모습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