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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받아들고 나서니 예의 그 추위가
기다렸다는 듯 코 끝을 후리고 지나갔다.
커피 한 잔 받는 시간이 얼마나 길겠냐만
얼었던 몸은 그 새 한 숨을 놓았던가 보다.
다시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날 선 추위에
갓 뽑은 커피 한 잔을 방패 세워 길에 나섰다.

갓 만들어진 커피를 들고 있자니 손바닥은
뜨거워 양 손으로 번갈아 들게 되는데, 
온기가 닿지 않는 손 끝과 손등은 또 시려워
노는 손은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거리며 한기를
풀어내게 된다. 그러니 자못 이 상황이 우습다.

고작 추위와 뜨거운 커피 한 잔 사이에서도 
'엇 추워', '앗 뜨거'를 반복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의 요량없음에 쓴 웃음이 난 거겠다.

'엇 추워.'  '앗 뜨거'

사내는 비맞은 중놈마냥 투덜대며, 또 그러한
스스로의 얄팍함에 열없어 하며 꽁꽁 언 겨울
거리를 걷는다. 

어쨌든 갓 뽑은 커피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