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예전에 제가 수능보고 할 일이 없어 놀 무렵...

알바자리가 들어왔습니다.

엑스트라 알바였습니다. 고려의 처음 왕 드라마 병사 엑스트라 자리였습니다.

밤 12신에 김비서 별관에 모여 배역 나누고 분장하고 여주에 있는 남한강변으로 갔습니다.

한 겨울인지라.. 미친듯이 추웠는데

무슨 농민병인지 뭔가를 시켜서 겁나 추웠습니다.

어느 군대 군사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농민군이 뭐 제대로 걸쳤겠습니까. 옷보인다고 껴입게도 하지 못하게 하고...

거의 맨발에 왕 추웠습니다.

하루 종일 칼 들고 뛰고 행군하고, 밤되니 횃불 나눠주고 뛰게 하더군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미친듯이 뜀박질.

근데 문제는 저녁.

저녁 식사였습니다.

아침은 도시락주고 점심은 간단히 빵주더니

약속했던 저녁은 안주는 겁니다.

그러더니 좀 참고 찍자고 그러더군요.

'이게 미쳤나'라는 생각에 "아 XX 밥 안주면 안해요"라고 말했죠. "밥은 주고 해야 하는 게 아니냐" 그럼서요.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도 다 웅성웅성.

하튼 그런 와중에 촬영중단되고 한 30분 지났나...

한쪽 눈 없으신 왕님 배역의 배우가 나오더니 버럭 화를 내더군요.

아따 그 사람 목청 좋데요.

"아니 연기를 하려면 배를 굶더라도 해야지 근성이 없어"

이런 식의 얘기였습니다.

아 XX 배가 고픈데 무슨 개소리 그러면서 엑스트라들은 더 와글와글

그러던 중 제가 어려 겁이 없었던 때인지라 앞에 나서서 거기 엑스트라 담당하는 스탭에게 따졌습니다.

"밥 줘요. 밥은 먹고 해야죠."

그랬더니 그 스탭하는 말.

"저 새끼 누가 데려왔어."

라며 절 섭외했던 녀석을 조지더군요.

그 녀석 까이는 거 보자 좀 불쌍해져서 인지 다들 잠잠....

그러자 컵라면이라도 주겠다며 회유하더군요.

결국 그렇게 컵라면을 먹는 걸로 협상은 타결되고 촬영은 속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