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꼭 이래야할까...
- 작성일
- 11-05-02 10:36
엠팍 최고 조회에 올라온 글 중에 하나입니다.
이 글을 보니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더군요.
제가 매일 새벽에 오르는 동네산은... 그냥 자그마한 산입니다.
높이도 높지 않고 등산코스도 길게 돌아야 1시간 30분 정도입니다.
이것도 처음 동네산에 오르는 분들 기준으로 말이죠.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봐도 보이는 건 아파트뿐이고... 딱히 상징물이라고 할만한 건 없습니다만...
딱 하나가 있다면...
꽤 규모가 큰 돌탑입니다.
지름은 2미터가 넘고 높이도 성인 남자가 팔을 높이 들어야 돌을 쌓을 수 있을 정도니
동네산에 있는 것 치고는 꽤 규모가 큰 편이죠.
제가 이 동네산에 오른 게 어렸을때부터였는데 그때도 있었습니다.
재작년에 동네산에 맘먹고 올라갔을때... 이 거대한 돌탑이 그자리에 있는 거 보고 어찌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그런데 얼마전에 새벽에 동네산을 오르는데...
이게 다 무너져서 없어져버렸습니다.
그리고 한 가운데에는 주변의 나무에서 꺽어버린 나무가지로 십자가를 만들어 꽂아놓았더군요.
부분적으로 한 쪽 구석이 무너진 경우는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완전히 파괴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매일 새벽에 동네산에 오르던 제 눈에는 그 광경이 어찌나 흉물스러웠던지...
저에게는 그냥 추억이고 반가운 친구같은 돌탑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사람들이 미쳐서 머리조아리던 미신이었고 숭배하지 말아야할 우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가 더 화가 나는 건 단순히 돌탑을 무너뜨렸다는 것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등산로 주변에 있던 자그마한 돌탑들도 다 무너뜨렸더군요.
무너뜨린 건 무너뜨린 건데... 그 자그마한 돌탑들도 완전히 무너뜨리겠다고 땅을 다 파헤쳐서 나무 뿌리까지 드러나게 해놓고
돌탑에서 나온 돌들은 등산로 주위 이곳저곳에 어지럽게 흐트러져있더군요.
자칫 잘못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다가 발목이 삘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요.
돌탑이 미워서 신념에 따라 부순 건 그렇다치더라도 돌탑 옆에서 자라던 나무는 무슨 죄며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무슨 죄인 겁니까?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날 아침에 제가 본 풍경은 사랑이 아니라 증오와 미움이었습니다.
예수를 욕되게 하는 자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저지른 광경을 보면 참 답답합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