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유시민의 위기가 아니라 이정희의 위기죠.
- 작성일
- 12-02-01 19:27
유시민을 두고 유시민이 그렇게 사랑하던 진성당원제의 덫에 걸렸다는 평이 많은데...
이건 유시민에게 너무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거라고 봅니다.
기업이든 단체든 적대적 합병이 아니라면 합병 초기에 소수파에게 지분 이상의 권리를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는 다수파가 소수파를 힘의 논리로 누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여주어야하거든요.
유시민도 초기에는 지도부를 통해 적절한 배분을 하고 그 후에 어느정도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는 진성당원제를 통해 당을 이끈다는 계산이었을테고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계산입니다.
합병 초기부터 자신들이 가진 지분대로 나누자 하는 건 다수파가 소수파를 힘의 논리로 학살하겠다는 것밖에는 안되거든요.
통합진보당 역시 민주통합당과의 연대에서 자신들 요구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통합진보당 내의 소수파에게 적절한 지분을 보장해주어야합니다.
그래야 민주통합당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당위성을 갖추게 되는 거니까요.
유시민이 민노당의 패권주의 잘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민노당 역시 더 큰 민주통합당과의 연대에서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민노당 주류파가 기본적인 의무는 할 것이라고 봤는데...
이게 깨져버린 거죠.
이걸 두고 유시민에게 진성당원제 주장하더니 꼴 좋다 이야기할 건 분명히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진성당원제 운운하는 거야 말로 악의적인 거죠.
그런데 유시민은 민주통합당으로 갔다고 하더라도 이런저런 갈등 피할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올 한 해 유시민은 무슨 선택을 하든 고난의 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정말 큰 문제에 봉착한 것은 이정희라고 봅니다.
이정희가 이 문제를 적절히 컨트롤 하지 못하고 유시민계와 노심조계가 학살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게 문제가 되어 민주통합당과의 연대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도 낮아져 연대에서 자신들이 기대했던 지분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구요.
소수정당이 연대에서 더 큰 걸 얻어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응원과 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결국 이정희는 그동안 쌓아왔던 좋은 이미지를 일거에 날려버리고
민노당내 일부 계파의 얼굴마담 꼭두각시 쯤으로 확실히 각인될 겁니다.
동시에 이러한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굉장히 무능한 정치인으로 매도당할 가능성도 높구요.
지금이야 유시민이 전면에 나오고 이정희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저 유시민을 비꼬는 듯한 의견들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 상처는 이정희가 가장 크게 입을 겁니다.
민노당이 지나가는 자리에 학살당한 소수파의 시체들만 남아있는데 앞으로 누가 이정희와 손을 잡으려 들겠습니까?
그리고 민노당 주류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이러한 행태는 대중정치를 완전히 포기하고 민노당을 5% 정당으로 가두는 덫이 될텐데...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꼴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왜 모르는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