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시스템 만능주의자들을 별로 많이 안 좋아합니다.
- 작성일
- 12-02-03 23:20
제가 이 제도 혹은 시스템이 도입되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식의 시스템 만능주의자들을 별로 많이 안 좋아합니다.
국가나 기업 혹은 정당을 비롯한 많은 조직들은 컴퓨터로 치면 기껏해야 일종의 프로그램이라고 봅니다.
(아래 그림으로 치면 어플리케이션 레이어입니다.)
이건 안드로이드 아키텍쳐인데...
국가나 기업 혹은 정당을 비롯한 많은 조직들은 이러한 아키텍쳐에 기반하여 동작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에 불과합니다.
이걸 우리는 환경이라고 하죠.
그런데 환경이라는 게 위의 그림처럼 모두 명시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라면 좋은데
우리가 살아하는 환경이라는 건 명시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미지의 그 무언가와 존재는 인식하지만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기층들로 존재합니다.
또한 이 환경이라는 건 위의 안드로이드 아키텍쳐와는 다르게 불균질적일뿐더러 실시간으로 항상 변화합니다.
어떤 프로그램이 오류를 낸다고 합시다.
대개의 경우는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프로그래밍하지 못했기때문입니다.
그럼 제대로 프로그래밍하면 오류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일단 오류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달성될 수가 없습니다.
프로그래머라면 일종의 격언처럼 삼고 있는게 세상에 오류없는 프로그램은 없다 입니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프로그래밍했다고 합시다.
그럼 정말 오류는 없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이 아키텍쳐 역시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아키텍쳐 역시 무수히 많은 오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만들었지만 OS의 문제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과는 다른 성질의 오류도 존재합니다.
아이폰용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안드로이드에서 돌리면... 두 시스템 사이에 아무런 오류가 없다고 해도 절대 돌아가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것보다 더 복잡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기층 위에 존재하는지 인류는 모두 알지는 못할 거라고 저는 단정합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기대고 있는 환경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불균질적인데다가 변화무쌍하다는 걸 안다면
완벽한 시스템 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극단적으로 모든 프로그램은 오류투성이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오류가 더 적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디자인된 더 나은 프로그램이란 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그런데 시스템 만능주의자들은 우리 자신이 기대고 있는 현실 환경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이 환경이 불균질적이며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지나치게 간과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에는 시스템의 헛점을 찾고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보이는 자그마한 약점을 노리는 자들에게 항상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 만능주의자들만 당하면 그들의 책임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이 시스템을 신뢰하고 이 시스템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있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때마다
이러한 사실들이 우리가 운용하고 있는 시스템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항상 주의깊게 관찰하고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서 시스템 외적인 문제로 시스템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동작할 수 있다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하여
문제점은 없는지 살피고 수정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없을 것이며
단순히 비정상적인 동작을 넘어서 폭력적으로 동작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시대의 독재자 히틀러를 나은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죠.
아무튼... 제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스템 만능주의자 시스템 지상주의자들을 별로 많이 안 좋아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가(세상에 그런 프로그램은 없음에도 불구하고)에만 도취되어
그 시스템이 다양한 기층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