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처음에 이 프로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지요.

스포츠 경기도 아닌데 왠 뜬금없는 등수놀이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 제기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프로의 높은 시청률(이것도 또한 등수놀이죠)가 이런 문제 제기를 묻어버리네요.

오히려 이 프로 속에서 매니저들끼리 출연 가수의 등수를 매기면서 등수놀이를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정성일 평론가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대작이나 수상작은 그렇게들 안보면서 왜 그렇게 모두들 이 영화제에 한국영화가 가는지를 궁금해 하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허문영 평론가는 작년 칸 영화제 대상을 받은 <엉클분미>의 국내 관객 동원 실적이 5만 7천명이라면서 "영화는 무시하면서 등수만 기억하는 실적주의"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등수놀이가 얼마나 팽배해있는가하면 유명 사이트의 기사 밑에 달리는 덧글은 "1등.. 가문의 영광"과 같은 글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새로 개봉되는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도, 그 영화가 가진 사회 의식이나 미적 가치를 이야기보다는  "500만 정도 관객은 무난하게 동원할 듯" 정도의 이야기들이 나돕니다. 극장주나 수입사가 해야할 소리를 일반 관객이 하고 있는 셈이죠.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 진학을 이야기할 때도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제대로 찾아갔는지를 따지지 않고, "그 학교에 서울대 몇명 붙었어?"가 대학 진학의 잣대가 됩니다.

우리 사회의 어떤 가치도 보다도 높은 것이 등수입니다. 

저는 연예 오락 프로, 예술에까지 등수를 매기는 지금의 현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행여 누군가가 "<나가수> 등수 프로라고 비판하던 놈들 다 입 다물어라.. 지금 시청률이 얼마나 빵빵한데.. 보기싫으면 안보면 되잖아!"
이런 말이 나올까 겁이 납니다.

그래서 방패 삼아 이런 글을 미리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