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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뱃속에서 떨어져 나온 아이는 분리 불안을 가지게 된다. 프로이트는 어린 손자가 끈 달린 실패를 침대 밑 저쪽으로 밀쳤다가, 당기고  다시 밀쳤다가 당기는 행위에 주목한다. 아이는 끈달린 실패를 침대 밑으로 밀쳤을 때는 '가버렸네(Fort)'라고 중얼거리고, 다시 자신의 몸쪽으로 당겼을 때는 '여기 있네(Da)'라고 말하며 논다. 프로이트는 이런 '포르-다(Fort-Da ) 놀이'를 엄마의 부재와 현존을 재현하는 반복강박으로 보았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엄마의 부재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끈달린 실패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이때 만약 아이의 장난감 역할을 했던 끈달린 실패가 인간과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상상해보자. 끈달린 실패는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아이에게 분리되는 불안을 가지지 않을까?

장난감에게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적 사고는 같은 어원을 가진 애니메이션의 소재로 근사하게 들어 맞는다.

3D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3>는 '작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도입부에 장난감 우디와 버즈가 펼치는 스릴 넘치는 액션이 전개되다가 갑자기 중단되면서, 소년 앤디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홈비디오로 보여진다. 그리고 다시 현재에 시점으로 돌아오면 앤디는 더 이상 비디오 속의 아이가 아니라 대학에 진학해야하는 청년으로 훌쩍 커져 있음을 세개의 시퀀스로 보여준다.(아마 영화 <인셉션>이었다면, 구구절절 장황하게 시공간이 바뀌는 것을 설명했을지도 모르지만, <토이스토리3>는 최대한 압축적으로 설명해낸다)

훌쩍 커버린 아이는 대학 진학을 위해 이제 집을 떠나야 한다(아이-엄마와의 작별). 그것은 성인이 되기 위해 유년 시절과 이별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아이-장난감과의 작별) 

버려진 장난감들은 부모에게 버려진 고아들과 같다. 장난감들(=고아)은 그들 나름의 공동체를 만들려하지만 자신을 버린 주인(= 부모)에 대한 삐뚤어진 감정으로 공동체는 평화롭지 못하고 고립화되어 있다(아이-사회와의 작별).

결국 앤디가 자신의 장난감을 가장 소중하게 다룰 수 있는 아이에게 장남감을 맡기고 길을 떠나면서 공동체(장난감 공동체와 인간 공동체)는 정상을 회복한다.


동시에 이 영화는 또 다른 작별이 하나 더 숨어있다. 그것은 3D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가면서 이전 애니메이션과의 작별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4>에 비해 입체적 성격이 훨씬 덜하다. 

그것은 마치 유성 영화가 도래했지만 찰리 채플린이 마지막까지 무성영화의 스타일로 만든 <모던 타임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입체영화라는 거대한 자본의 강에 발을 담그면서 다른 한쪽 발은 기존 애니메이션의 땅에 발을 디디고 작별을 고하는 영화.

그래서 이 영화 마지막 5분의 슬픔은 증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