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흑형전성시대下] '왜 강한가?' 피지컬과 테크닉의 시너지
- 작성일
- 11-04-25 23:25
원문 http://sports.media.daum.net/general/news/combative/breaking/view.html?cateid=100034&newsid=20110328151613936&p=mfight
[흑형전성시대下] '왜 강한가?' 피지컬과 테크닉의 시너지
아프리칸 아메리칸, 그들은 누구인가
미국 역사학자 헨리 게이츠는 미국 내 흑인들의 혈연관계를 다음과 같이 4개로 분류했다.
① 58% 아프리칸 아메리칸은 12.5%의 유럽 혈연 (증조부모 한명)
② 19.6% 아프리칸 아메리칸은 25%의 유럽 혈연 (조부모 한명)
③ 5% 아프리칸 아메리칸 아메리칸은 50%의 미국 인디언 혈연 (고조부모 한명)
④ 1% 아프리칸 아메리칸은 50%의 유럽혈연 (부모 한명)
즉 아프리카에서 신대륙으로 넘어온 흑인들이 300년이 되는 역사 동안 미국 내의 다양한 인종들과 서로 섞이면서 다인종사회가 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계에서 활약하는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은 여전히 야생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특유의 신체능력과 탄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UFC에 소속된 파이터들 중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아메리칸 아프리칸'으로 정의하고 있는 이들은 존 존스, 필 데이비스, 앤소니 존슨, 퀸튼 잭슨, 멜빈 길라드, 제랄드 해리스 등이 있다.
험난한 노예생활을 견디어낸 강인한 유전자
노예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노예무역이 불법화된 시기 역시 19세기 초반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성서에 기록된 것만 봐도 노예는 인류사회의 오래된 '거래상품'이었다. 같은 민족을 노예로 부린 민족도 많으며, 또 이집트의 사라센 왕조에서는 슬라브인들이나 아르메니아인들을 잡아다 마멜루크라는 노예 군단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럼 미국에서는 왜 유독 흑인 노예들이 강세를 부렸을까? 바로 체력과 전염병에 강하며 생존본능까지 뛰어난 인종이 아프리카 흑인들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소수의 인디언 노예들의 수요 역시 아프리카 흑인 노예로 대체될 정도였다.
18세기 말에서부터 19세기 초,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실은 배가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미국의 사탕수수밭까지 도달하기까지는 평균 1달이 소요됐다고 한다. 노예선은 의외로 상당한 쾌속선에 속했는데 속도가 생존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예선 내부의 환경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노예들은 인간화물처럼 흔들리는 배 안에 쇠고랑으로 묶어놓고 1달을 버텨내야 했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음식은 쌀과 물 뿐이었고 배변 역시 뭉쳐있는 상태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악취와 열기, 파도에 따라 흔들리는 배멀미를 1달 이상 버티고 생존한 노예들만이 미국 대륙을 밟았다. 자연히 미국에 뿌리내린 흑인들의 유전자는 강인한 생존력을 갖출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을 비롯한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인도 정부가 국내의 흑인들만을 모아 스포츠 엘리트로 키우자는 육성 프로젝트가 세워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아성을 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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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에서 자라난 흑인, 스포츠가 곧 생존의 길
20세기에 들어서도 인종차별은 줄곧 미국 내 흑인들을 괴롭혔다. 이들에게 있어서 출세의 길은 단 두 가지로 좁혀졌다. 가수가 되거나 스포츠 스타가 되거나.
이 중에서 특히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분야는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이다. 반면, 수영이나 체조, 스케이트 등에서는 활약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흑인들의 신체조건이 수영이나 체조 등에 취약하기 때문에 흑인 수영선수나 체조선수가 드물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수영이나 체조가 '많은 돈이 들어가는 개인스포츠'였기 때문이다. 훈련장비나 개인교습 등이 필요한 부유 스포츠에 투자할 흑인 부모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야구나 농구와 같은 단체스포츠는 장학제도나 프로리그가 이미 활발해 체육특기생이 되면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흑인들이 리스크를 감수할 가능성이 적은 '블루오션'이었던 것.
최근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활약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는 분야는 '야구'다. 흑인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농구와 미식축구에 비해 롤모델이 적은 데다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MLB, NHL, NBA 등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 UFC다.
세계 종합격투기, 미국의 옥타곤으로 모여들다
일본 종합격투기 무대인 프라이드가 붕괴하고 UFC가 사활을 건 리얼리티 프로그램 '디 얼티밋 파이터 1'이 흥행대박을 치면서 세계 격투계의 중심추는 미국의 UFC가 완전히 가져가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FC 초창기는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리그는 아니었다. 일단 성공한 롤 모델이 없고 파이트머니나 선수들의 대우 역시 프로레슬링에 비해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UFC의 이벤트가 100회를 넘어서고 브록 레스너와 같은 대박스타가 나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2010년 PPV 판매 순위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7개를 UFC 넘버시리즈가 차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2위는 매니 파퀴아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에게 내줘야 했지만 이는 무서운 성장속도이며 곧 반사이익은 프로파이터들에게도 돌아갔다. 메인이벤트를 치르는 파이터가 가져가는 PPV 보너스, 그리고 의류브랜드에 따라오는 후원, 광고 스폰싱 등 파이트머니를 제외한 수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분명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발군의 재능을 보이고 있는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을 자극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존 존스, 필 데이비스 등의 흑인 괴물들은 바로 그 중간지점에 있다. 존 존스는 대놓고 UFC에서 가장 성공한 흑인인 앤더슨 실바가 자신의 우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실바의 기술을 연구하고 연습해 온 것이 존 존스다.
무서운 피지컬이 갈고 닦인 테크닉을 만났을 때
투기스포츠에서 신체조건, 즉 피지컬이 득세하는 시대가 오려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기술, 테크닉의 '상향평준화'다.
호이스 그레이시가 도복을 입고 나와 거구의 싸움꾼들을 조르기로 굴복시켰을 때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즉 호이스를 상대한 킥복서, 레슬러들이 주짓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프라이드를 제패했던 예멜리야넨코 표도르는 다방면의 무기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타격, 그라운드 등 약점이 존재하는 선수를 '맞춤공략'할 수 있었기에 제왕의 자리에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표도르가 프라이드에서 상대했던 파이터들 중 케빈 랜들맨은 무시무시한 근육량을 가진 아프리칸 아메리칸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저먼 스플렉스로 표도르를 내리꽂을 정도였으나 기무라를 허용해 허무하게 패할 정도로 '완성형 파이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최근 1, 2년 사이 종합격투기의 대세는 스트라이커와 그래플러로 완벽히 구분짓기 어려운 올라운드 파이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년에 가까운 종합격투기 산업의 흥망 속에서 점차 노하우가 쌓여 명문 체육관들로 흡수되고, 일종의 '매뉴얼화'된 습득코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제된 종합격투기의 교본이 타고난 신체를 가진 아프리칸 아메리칸인 존 존스, 필 데이비스 등을 만났을 때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났다. 이들은 랜들맨처럼 기습 서브미션 한 방으로 무너질만큼 종합격투기에 대한 이해도가 낮지도 않다. 케이지에 유리한 엘리트 레슬러에 주짓수, 킥복싱을 고루 수련해 점차 약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피지컬이 상대 선수로 하여금 골치를 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UFC는 이제 스트라이크포스를 흡수한 뒤에 종합격투기(MMA)를 UFC화 시킬 수 있을 정도의 지점을 노리고 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야구나 미식축구로 빠질 수도 있었던 흑인 스포츠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다. 20년 전이라면 괴력의 덩크를 연습했을 어떤 소년이 이제는 파운딩과 암바를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존 존스나 필 데이비스가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정점일까.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마이클 조던처럼 한 스포츠의 흑인 롤 모델이 돼 더욱 막대한 괴물들을 그 스포츠 분야로 불러들이게 될 선구자에 가까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흑형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임태운 기자
taewoonl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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