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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TV를 우연히 돌리다 <마이 프린스>라는 드라마를 잠깐 봤습니다. 김태희와 송승헌이 나오는 드라마더군요.

두 사람 다 연기를 못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다시 보니 정말 못하더군요.

카메라가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 했을 때 배우의 미묘한 표정 변화는 어떤 특수 효과보다 황홀합니다.

앞의 두 배우는 마치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2차원적인 표정 연기를 보여 줍니다.
 
이와 비교되는 배우의 연기를 한번 소개할까 합니다.

최근에 너무 재밌게 본 우디 알렌 감독의 신작 <환상의 그대>에서 나오미 왓츠의 표정 연기는 정말 '환상의 그대'였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갤러리에서 비서로 일하는 나오미는 유부녀입니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자 안토니오에게 마음이 점점 갑니다.

어느날 안토니오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갤러리를 그만 두려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안토니오의 입으로 자신의 친구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듣습니다.

그때 나오미 왓츠의 오리 모양의 입이 귀엽고도 쓸쓸해보이지요.

실망한 그녀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합니다. "혹시 제가 먼저 프로포즈 했으면 제 친구가 아니라 저를 사랑했을까요?"

그때 남자의 대답. "우리는 직장 동료지요"

그 대답을 들은 나오미 왓츠는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지만 너무 슬퍼보입니다.

자존심 때문에 애써 울음을 삼키면서 버티는 이 여자의 모습이 오히려 부서져버릴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나오미 왓츠는 우리 나이로 마흔 네살의 배우입니다.

이쯤되면 얼굴에 보톡스도 맞고 주름살도 당기고 그랬을 법도 한데 나오미 왓츠는 자신의 주름살을 그대로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그 주름살을 가지고 현을 타듯이 연기를 합니다.

사진으로나마 이 여배우의 환상적인 표정 연기를 한번 감상해보기 바랍니다.

여배우의 주름살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