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저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술판보다 혼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좋았습니다.

오늘도 제 생각이 옳다는 걸 확인하게 되네요.

오늘 우리 나라 영화계에서 상당히 힘이 있는 몇분들과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어 들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대게 그렇듯이 장미빛 미래를 입에 침대신 술을 발라가며 열변을 토하더군요.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이 몇몇이 그 말에 혹해서  "영화 비평을 쓸 수 있는 공간만 주어진다면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글을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딴 소리를 하더군요.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 친구들도 얼마 전에 생활고로 죽어간 시나리오 작가의 이야기를 알고 있겠지요.

그런데 저런 이야기를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겁니다.

영화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존심마저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 높으신 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돈 안줘도 저희가 알아서 한다잖아?" 이런 생각을 하겠지요.


술자리에서 공허한 이야기가 오가며 분위기가 점점 더해가는데.. 저는 참 불편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맹목적 사랑이 저 사람을 저렇게 바보로 만든 걸까?

글 쓸 공간이 주어져서 열심히 글을 쓰겠다는 것은 자기 혼자 생각할 일이지 왜 그걸 굳이 입으로 내뱉을까?

왜 자신의 노동에 대해 합당한 경제적 요구를 못할까?

이런 저런 생각에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술자리에서 빠져 나와버렸습니다.


이 친구들아.. 이건 아니잖아..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