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쟁이들 물리친 경험
- 작성일
- 11-08-11 20:04
1. 대순진리회
교정을 거닐고 있는데 여학생 하나가 말을 걸더군요
첨엔 살짝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나온 학생인 듯한 분위기를 내더니
늘 그렇듯,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제를 전환시키지요
근데 전 그때 이미 무속에 한창 심취해 있던 서른 살 무렵의 대학원생이었고
그 여학생은 기껏해야 학부 2~3학년 정도?
대화의 주제를 "너의 현재와 미래"로 잡고 역공을 퍼부었습니다
고생하시는 부모님, 그 종교를 겪어보니 어떤 변화가 있더냐, 신앙이란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등등
두어 시간 동안 여동생 상담하듯이 대화하고 보냈어요
바로 다음 날 비슷한 장소에서 그 여학생을 만났어요
달려가서 반갑게 인사했죠
"어? 오늘도 나왔네요? (제사 지내러 갈)사람 못 구했나봐요?"
그녀는 후다닭 달아났습니다
2. 여호와의 증인 비슷했지만 이름이 좀 길었음 (팜플렛만 들고 온 아줌마 두 분)
"어? 아줌마 옆 동 사시죠? 많이 뵈었어요."
아줌마들 후다닭
나중에 동네에서 마주쳤을 때 반갑게 인사
모른 척하면서 후다닭
3. 여호와의 증인 (너덜너덜한 성경을 들고 온 아줌마 두 분)
현관문에 딱 기대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종교가 있냐고 묻길래, 엄마는 불교지만 저는 무속신앙이라고 했어요 (사실임)
형광펜으로 화려하게 체크된 성경 구절을 읽어주며 어쩌고저쩌고...
"에이. 그건 설화의 일종이에요. 말하자면 옛날 이야기 같은 거죠. 그런 건 엄청 많아요. 딱 봐도 비현실적이잖아요." 라고 했더니
성경은 다르다 어쩌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하게 신화를 해석하는 방법? 같은 걸 좀 얘기해줬어요. 신화적 상징 같은 거 있잖아요 왜
근데 계속 상징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막 그러네요
"그럼 피부에 와 닿는 거 하나만이라도 좀 보여주세요. 일단 휴거 같은 건 다 뻥이었잖아요. 뭐가 보여야 믿든지 말든지 하죠. 전 당신들과 함께 온 신령들의 기운을 지금 느끼거든요."
아줌마들 후다닭
4.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성경과 두꺼운 노트를 들고 온 젊은 남녀
신학대학에 다니는데 논문을 쓰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한다 어쩐다 하더군요
좋다 해주겠다 했죠. 설문조사 정도야 뭐...
근데 설문조사는 안 하고 뭔 설교를 장황하게 하기 시작하더군요
잠깐만요! 한 다음에
무속신앙의 아름다운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약간 한 다음에
"설문지 양식 좀 봅시다." (그런 건 없더군요. 전도 일지 비슷한 건 있었던 것 같고)
"논문을 위한 설문조사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구체적인 주제가 뭐죠?" 등으로 지도교수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후다닭
2년 쯤 지났을까요
같은 사람들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또 같은 식으로 대화를 청하는 사람들이 왔었습니다
"어? 새로운 논문 쓰시나봐요? 저번 논문 좀 보여주세요."
후다닭
대략... 천지신명을 믿는 무속신앙인이라고 하면 기세가 쉽게 꺾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