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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화학자인 자끄 오몽 교수의 강연이 오늘 시네마 테크 부산에서 있었습니다,

오몽 교수는 어제 부산에 도착해서 그런지 피곤한 기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독을 풀기도 전에 강연을 하시는데, 강연준비를 많이 해오셨더군요.

이마주(= 이미지)학의 대가 답게 강연내내 스크린을 파워 포인트처럼 활용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통역은 부인이신 김량 선생이 맡았는데 나이차이가 많이 나시더군요.  두 분 사이에 유진(?)이라는 6살 정도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오몽 교수의 강연에는 김량 선생님 가족분들도 오셔서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강연은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파리의 미국인>이 끝나고 난뒤 50년대 이후 프랑스 영화계에 미국 영화의 영향과 작가주의 정책, 쁠랑으로서의 영화, 우발적 만남으로서의 영화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홍상수 감독을 비롯한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비치시더군요.

강연은 몇일 전부터 완전 매진이 되어 발디딜 틈이 없었는데, 정작 강의 도중에 빠져 나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꼴불견도 연출되었습니다. 먼저 오몽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한 여자분이 plan이 구성이 아니라 쇼트의 개념도 있다고 지적을 했지요. 김량 선생의 통역이 잘못이라는 거죠. 불어의 쁠랑에는 공간적 크기와 시간적 길이를 다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건 영화책 조금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굳이 그 이야기를 강연 도중에 왜 꺼내는지 모르겠더군요. 김량 선생도 그 개념을 알고 이야기를 했는데 말입니다.


더 꼴불견은 청중들에게 질문을 받는데 한 여자분이 바로 유창한 불어로 오몽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겁니다. 이 분은 그냥 자신의 불어 실력을 뽐내고 싶었나 봅니다. 모든 사람이 뜨악하는 표정이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불어로 이야기 할 거면 통역을 맡은 김량 선생님이 거기 왜 있어야 하나요?

그 다음에 고등학생 하나가 질문을 하는데 그 학생도 불어로 질문을 했습니다. 일단 이 학생은 한국말로 질문을 하고 난뒤 외워온 불어로 더듬 더듬 질문을 했습니다.

정말 영화제나 이런 강연회 때 뭔가를 배우려고 오는게 아니라 자신의 외국어 실력 과시하러 오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이런 자리는 회화 시간이 아니라는 걸 이 분들 좀 아시길 바랍니다.

황당한 질문은 그 다음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적어도 이런 자리에 와서 강연을 듣거나 질문을 할려면 강사가 쓴 책 한권 정도는 읽고 오거나 그 분의 사상이 대략 뭐라는 것 정도는 알고 와야할텐데 어이 없는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죠. 오몽 교수가 사용하는 우발적 만남이나 쁠랑의 개념은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철학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만남'하니깐 친구와의 만남 정도로 생각하고 질문자들이 거친 질문을 마구 던지는 것입니다. <아바타>를 테크롤로지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쩧게 생각하느냐? 영화 배우가 감독을 할때 영화를 어떻게 통제하느냐? 등등의 문제 말입니다.

앞줄에 앉은 남자 분의 질문 외에는 참 듣기 민망한 질문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압권은 오몽 교수의 책 <영화 감독의 영화이론>을 번역하신 분이 오몽 교수를 만나서 너무 기쁘다. 이 교수님 정말 천재다. 이 분의 사상을 알고 싶으면 내 책을 읽어라 나는 이 책을 3년간 번역했다.. 참 어이가 없더군요. 제가 보기엔 불필요한 주석만 잔뜩 달아놓은 굉장히 한심한 번역이었거던요.

이 분이 일어서서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오몽교수는 굉장히 창피했나봅니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머리를 감싸더군요.

하지만 이런 함량미달의 질문에도 오몽 교수는 정말 성실하게 한분 한분 눈을 마주치면서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그 분의 인품이 나타나는 광경이었습니다.

강연 후 준비해 간 책 <영화 속의 얼굴>, <이마주>에 저자 사인을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영화평론가 한분과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돌아올 때 비가 너무 내렸는데 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거리를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