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작성일
- 11-03-15 12:49
머 지금 이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원자력을 포기할 경우 당장에 선택할 수 있는 건 오직 석유뿐입니다.
그런데 이 석유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피크오일 이론입니다.
석유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시기는 석유가 바닥나는 시점이 아니라 석유의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점이라는 거죠.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 대국의 경제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피크오일이 앞당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나 석유는 가격에 대해서 비탄력적인 재화이기때문에 이 문제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석유가격이 오르면 그냥 차 안타고 대중 교통 타고 다니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 석유는 보다 근원적인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식량과 소비하는 공산품들 모두 석유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때문입니다.
인류가 식량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은 석유에서 요소비료를 생산한 이후부터입니다.
요소비료 뿐만이 아니라 대규모 농장들은 필연적으로 석유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가 먹는 식량은 땅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석유에서 나는 것이라고 해야하고
우리가 이용하는 공산품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석유가 만드는 것이라고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구 수십만 수백만 혹은 수천만의 도시가 가능한 것도 모두 값싼 석유때문입니다.
동시에 조만간 우리나라도 교토 의정서에 따라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석유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그리고 이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도 피할 수 없는 시급한 문제라는 거죠.
원자력도 포기하고 동시에 석유 소비증가율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포기해야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금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원자력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책을 맡겨도
결국에는 그들조차 원자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은 똥차에 들이박을 것인가 쓰레기차에 들이박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지랄같은 상황이라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는 원자력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도쿄전력의 관리 문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한편으로 자꾸 듭니다.
쓰나미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도호쿠전력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 왜 도쿄전력이 큰 문제인가 싶거든요.
일본정부에서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도 도쿄전력이 횡설수설하는 것도
기존에 시설의 관리에 하자가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네요.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아직 사고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이 원자력 발전의 근원적인 문제다라고 섣불리 심판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자제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