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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영화 중 루키 구아다그니노 감독의 <아이 엠 러브>는 상당히 탐미적인 영화였습니다.
망원 렌즈 위주로 찍은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 화려한 색조와 조명 등이 지나쳐서 약간 거부감마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영화는 이탈리아의 재벌 가문에 시집 온 러시아 출신의 엠마(틸다 스윈턴)라는 상류층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을 낳고 남편 뒷바라지 하며 부족한 것 없이 사는 그녀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격조에 잘 어울리는 집안의 장식품과 같은 처지이기도 합니다.

어느날 아직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한 딸에게 레즈비언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충격 반, 부러움 반의 묘한 기분에 사로 잡힙니다.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가는 딸이 부러웠던 거죠.

그러다 아들의 친구인 요리사 안토니오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그의 요리 솜씨에 끌려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탈리아 재벌 가문으로 시집온 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틸다 스윈턴의 연기가 이탈리아 음식만큼이나 입맛을 다시게 만듭니다.

그 중에서 영화 속의 등장하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의 주제를 어떻게 전달되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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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처럼 시댁을 방문한 엠마에게 시어머니가 벽에 걸려 있는 조르지오 모란디의 그림을 떼어서 선사를 합니다.
"우리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자"라는 부탁과 함깨 말입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출신의 대표적인 화가 모란디는 물병과 그릇 위주의 정물만 그리다 조용히 살다간 화가입니다.
이 장면은 시어머니가 엠마에게 집안에 알맞는 정물처럼 정숙하게 살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2
아들의 친구 안토니오가 찾아옵니다. 그는 솜씨 좋은 요리사인데 엠마의 고국인 러시아 요리를 만들어 줍니다.
둘이서 음식을 만들면서 친근해지는 장면입니다.



























#3

엠마가 안토니오가 요리사로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 음식을 맛보는 장면입니다. 그녀는 안토니오의 요리 솜씨에 도취됩니다.
조명을 보십시오. 엠마에게 스포트 라이트가 비춰집니다. 같이 온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녀의 옷은 앞 장면과 달리 욕망을 상징하는 붉은 색입니다. 요리도 붉은 색 계통입니다. 여기서부터 쇼트 사이즈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입니다.

그녀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섹스를 하는 것입니다.  중국 고전인 『예기(禮記)』「예운(禮運)편」에 “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욕과 색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는 말이지요. 이 말을 빌려와 이안 감독이 자신의 영화 제목을 <음식남녀>라고 붙였지요.
이 영화의 이 장면도 식욕과 색욕을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음식남녀' 시퀀스라고 부를 만합니다.






#4.

엠마는 안토니오에게 음식이 너무 훌륭했다고 칭찬을 합니다. 이 장면을 시어머니가 묘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아래 위 두 숏의 색깔을 비교해 보십시오. 상당히 대조적이지 않습니까. 욕망과 그 욕망을 규제하려는 것을 색의 대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5

산레모에 들른 엠마는 그리스 정교의 교회 건물을 쳐다봅니다. 그녀의 고국인 러시아를 떠올리게 하는 건축 양식이지요.
교회를 쳐다보던 그녀는 그 아래를 지나가는 안토니오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몰래 그를 뒤쫓기 시작하지요. 이 장면은 마치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연상하게 합니다. 흔들리는 그녀의 욕망을 잘 묘사하고 있지요. 이 장면에서 엠마는 역시 붉은 색 계통의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나 꽃, 심지어는 지나가는 엑스트라 조차도 붉은 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6

안토니오의 시선을 피해서 엠마는 책방으로 몸을 숨깁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다가 책방에 놓여 있는 책을 하나 집어듭니다.
그러다가 책방 밖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안토니오를 만나지요. 화들짝 놀란 엠마는 책값도 안치르고 책방을 나옵니다.
지금은 책을 들고 나온 거지만 그녀가 이제 불륜의 죄를 범할 거라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하지요.

저는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이 무척 궁금했어요. 책 제목을 확인하기 위해 스톱버튼을 누르고 여러번 확인을 해봤지요. 소니아 들로네의 < ATELIER SIMULTANE 1923-1934 >이었습니다. 벨린쪼나(Bellinzona)에서 있었던 2006년 전시회의 이탈리아어 카탈로그였습니다.

바로 이 책이지요.




소니아 들로네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출신의 화가입니다. 엠마가 가슴에 품었던 것은 러시아 출신의 화가의 화집이라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소니아는 남편인 로베르를 만나기 전에 유부녀였지요. 영화 밖의 화가의 이야기와 영화 속 이야기가 묘하게 겹쳐집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조르지오 모란디의 그림과 소니아 들로네의 화집을 통해서 규율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거지요.


오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