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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 "우리모두" 시절이 생각납니다.

우리모두의 슬로우건은 "조선일보 제 몫 찾아주기"였습니다.

최장집교수의 논문과 관련하여 월간조선의 우종창이 악의적이고 치졸한 왜곡을 바탕으로 최장집=빨갱이라는 뉘앙스의

정치적 공격을 한것을 시발점으로 이후 조선일보의 이한우가 말지의 정지환과 인물과 사상의 강준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안티조선운동은 폭발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그 당시 우리모두에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은 글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조선일보여 나를 고소하라!!"


1999년 최장집 논문에서 비롯된 파장은 이후 단순한 고소 고발 사건이 아니라 남한 사회의 정치적/이념적 지형도를 새롭게 세우는

논쟁으로 발전하였으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민사회가 수구권력의 배후세력으로 존재하던 언론이라는 사회권력과 전면적인 싸움을

벌인 첫번째 케이스로 역사에 기록됩니다.

안티 조선 우리모두는 합리적우파를 비롯해 전투적 자유주의자 그리고 사민주의자와 혁명적 좌파까지 아우르는

그야말로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광장'이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이해를 가진 모든 인물과 세력들이 우리모두에 모일수 있었던 것은 바로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라는

기본적인 합의에 동의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들이 이런한 합의에 동의한 이유는 "조선일보라는 신문은 건전한 시민사회의 상식을 파괴하고

이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며, 이러한 왜곡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해를 관철하려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본적인 합의가 지켜지는 상황에서 안티조선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월간조선과 조선일보에서 최장집교수가 문제삼은 19개 항목중 3개항목을 삭제하지 않으면 월간조선 11월호를

판매 배포할수 없다는 판결을 내립니다.

논쟁에서 수세에 몰린 이한우는 분위기탓을 하며 논쟁에서 도망가버렸고, 위협을 느낀 조선일보는 이문열을 비롯한 수구적 지식인들을

동원하여 연일 안티조선진영을 공격하는 기사와 논설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TV토론에는 보수논객과 안티조선의 논객이 등장하여 조선일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확장일로에 놓여있던 또는 그런것처럼 보였던 안티조선운동은 어느 순간엔가 주춤하게 되고 결국에는

애초에 가지고 있던 거대한 동력을 상실하고 말게 됩니다.


물론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이 안티조선 우리모두는 어떻게 해산되었는가?를 다루는게 목적이 아니므로 거기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안티조선 우리모두가 해산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기본적인 합의를 깨는 세력 또는 개인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아닌 일부집단 또는 개인의 견해를 다른 세력 또는 개인에게 강요하려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견해를 모두에게 이해시키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합의하려 들지 않고 수를 바탕으로 강요하려 드는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라는 전체의 합의를 넘어서는 요구를 마치 전체의 합의인것 처럼 강요하는 세력들간의 충돌은 연대가 끊어지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종편의 개국을 둘러싸고 많은 견해들이 오고갑니다.

각자의 이해에 따라 종편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충분히 피력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견해가 종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합의한 견해인것처럼 주장하는 행위는

종편에 대한 정치적인 공격을 강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종편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비판적 견해들을 와해시키고 무력화하는데

복무하게 될 뿐입니다.

큰 몫이던 작은 몫이던 먹고사니즘 때문에 종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듭니다.

오히려 종편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 조차 적으로 돌리게 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이땅에서 추방시키자"와 같은 현실성없는 과격한 주장이 겨냥하는 타겟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조선일보가아니라

오히려 안티조선 진영이 되었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