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2004년 10월말 동대문야구장예서 서울시고교 추계리그 대회가 열리고 있어서 동대문을 찾았다.

서울시 춘계, 추계리그 토너먼트가 아닌 5개팀끼리 3조로 해서 리그전을 한다.

그래서 선수 관찰하기에 아주 좋아 선호하는 대회다.


경기고 경기였다. 낯익은 경기고 학부형분께 인사를 드린다, 점잖은 신사분이라 젊은 사람에게도 황송하게 경어를 꼬박꼬박 쓰시는 분.

그분께 여쭤봤다

"아버님 허유강 선수 성대로 간다면서요? 전 그 아이 투구폼이나 볼끝이나 프로 못갈 수준은 절대 아니라고 보는데 왜 미지명 되었을까요?"

그 분은 대답을 바디랭귀지로 하셨다. 답답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가슴에 얹으시던데

이른바 새가슴, 간이 작아서 그렇다는 말씀이었다.

그렇지 유강이가 간이 정말 작은 투수였다, 그리고 그건 프로에 입문한 요새도 유효한 이야기고


마침 당시 한국시리즈 현대와 삼성이 무승부를 거듭하는 혈투를 벌이고 있을 때였는데 그래서 조용준이 이야기를 했다.

너무나 허유강과 대조되는 선수이기에

"아버님 조용준이 그놈 배짱 대단허지 않습니까?"

"으이 진짜 대단하더군요, 무슨 빨치산 보는거 같더라니까"

빨치산이라 ㅎㅎㅎ

모자 푹 눌러쓰고 작은 키에도 보일듯 말듯한 눈으로 타자를 내려보며 던지는 용준이

오기로 똘똘 뭉친 인민군조교처럼 보이는 용준이가 빨치산이라 ㅎㅎ

너무도 적당하게 표현한 말인데 사실 려수출신 용준이에게 빨치산이라는 말은 상당히 실례 되는 말

하지만 용준이가 그런 오기 있었기에 고향팀에도 버림 받고 집팔아 연대 간다던 비아냥 받던 선수가 이렇게 성장해서 프로무대 최고 마무리가 되었겠지.



당시 타자들 관찰을 좀 했다.

추계리그 대회는 졸업반들은 참여하지 않고 주로 2학년 학생들이 나오는데

당시 04년 2학년 학생들 위대한, 한기주, 김성훈, 류현진, 김영롱, 김현수,김문호, 김영민 73년생 이후로 가장 재능 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온 기수들인데 그 중 야수들이 걱정이 되었다.

그 해 8월달 봉황대기때부터 나무배트가 도입이 되었다. 그러니까 당시 2학년 타자 선수들은 나무배트를 얼마전부터 잡기 시작했고

사실상 내년 대통령기와 청룡기 ,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그 나무배트를 쥐고 적응할 1년의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평가 받고 프로에 가야하는 선수들.

그 짧은 시간안에 나무배트에 얼마나 적응을 할지 궁금했는데

최정 같은 야구 천재는 봉황대기때 나무배트를 쥐더니 황재규 상대로 만루홈런도 뽑아내며 알미늄 배트 쓸 때보다 더 잘치던데 그아이는 워낙에 천재고 천재 아닌 선수들이 얼마나 적응해갈지 궁금했는데



마침 경기고의 유격수가 눈에 띄었다.

빠르고 간결한 다운 스윙. 궤적이나 결이나 이상적이었는데 '저 아이는 이미 나무배트 적응이 끝났구만 기래' 이렇게 증얼대며

학부형께 말을 건냈다, 아버님 "저 황재균이라는 선수 있지 않습니까 참 잘하네요" "이원석보다 낫지 않나 싶습니다"

당시 2차2번 야수중 가장 빠른 순번으로 지명된 당시 랭킹 1위 유격수 이원석 그래서 이원석에 비교해서 말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원석보다 낫다는 말에 학부형께서는 흠칫 놀라는 눈치로 " 아 그래요?"라고 대답하셨다.

황재균은 이듬해 부진했지만 난 될줄 알았다, 워낙에 잘 만들어진 선수라서

사실 그 대회 끝나고 나서 아예 서울쪽에서 1차지명 해야지 않겠냐하는 설레발까지 떨었는데

프로와서도 될 줄 알았다, 3학년때 부진해서 3라운드 지명되었지만.



황재균이 잘하는거보면서 내 선수 보는 안목도 아주 황은 아니구나라고 싶었다.

사실 언론이 야구팬들이 죄다 한기주만을 이야기할 때도 난 류현진이 최고다, 대한민국 최고의 좌완이 될거라다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드래프트를 전후해서 충실한 프리뷰, 리뷰 보는 것이 엣날같지 않다.

고수들 아마야구현장을 찾아 보시는 분들이 절필도 하시고 먹고 살기 바쁘시기도 하시고 그래서 그런거 같다.

"너 미쳤냐"

동대문에서 자주 보는 형한테 들은 소리다, 힘들게 보고 시간내서 본 것 왜 넷상에 풀고 공유하냐고.


동대문에서는 하루에 네경기씩 할때도 많다. 한대회를 하면 수십경기를 보게 되는데 하루종일 야구 보기를 열흘넘게 하고 대회기간이 끝나면 살도 한 5키로 빠질때가 있다.

동대문엔 봄가을이 없다. 대구구장이 덥다고? 도심 한가운데 열섬한가운데 동대문 구장에서 7월말 8월초에 땡볕에서 낮경기를 보라. 대구구장 더운건 애들 장난도 못된다, 대구구장 가봤지만 동대문구장 낮경기에 비하면 개마고원수준이다.


프로야구 난다 긴다하는 아마야구 선수들이 무수히도 들어와 무수히도 나간다, 원래 그런것이고 당연한거다. 하지만 프리뷰와 리뷰를 쓴 아마야구팬들은 야구팬 네티즌들의 뒷다마에 시달린다.

잘한다고 하는 선수 열명중에 하나만 터져도 그 사람 안목이 없는건 아니다, 세명중에 한사람만 되어도 대단한거고. 그런데도 네티즌들은 내비두지를 않는다. 열명중에 아홉명이 터져도 나머지 성공못한 한 선수가 가지고 씹어대는게 그들이다.


견디지를 못하고 떠났다. 절필하고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아마야구는 정보수요에 비해 정보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곳인데 왜 힘들게 발로 뛰어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돌을 맞을까? 참 이상한 일인데, 이런거 같다,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얻어 먹는다, 그러고 식당문을 나와서 음식 맛이 있네 없네 간이 맞네 안맞네 씨부렁거린다, 이런식이다.

그건 양반이다, 아주 빼앗가 가는 경우도 있다, 동대문구장 한번 오지 않으면서 목동한번 오지 않으면서 고수들의 글을 짜깁기해서 자기의견과 정보인양 포장해서 고수행세를 한다. 차라리 욕을 하는게 낫지 왜 남의 것을 빼앗아 가나? 눈팅으로 고수 행세를 하겠다고? 깊이란 것은 발로 뛰고 현장의 공기와 함께 해야생기는 것 아닐까?


넷에서 고수분들이 쟁명하던, 다투어 소리를 내던 때가 있었다. 야구도 오래보시고, 자기만의 색과 주관도 뚜렷하고 자기만의 야구세계가 뚜렷하신 분들. 그런데 그분들중 적지 않은 분들이 이 바닥을 떠난거 같다, 왜 떠났을까 내가보기엔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이재국기자님이 트윗을 접은걸로 정중하게 팬을 대하고 정보도 주시던 분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접은것이다, 그런걸 보면 난 대한민국 야구네티즌들은 스스로 그냥 어떤 인프라를 파괴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 같다. 사실 정보와 컨텐츠를 만들던 고수야구팬들은 어쩌면 보통의 팬들이 누릴 수 있는 인프라였는데 스스로 팬들이 파괴한거 같다.


사마의라는 필명으로 삼성홈피에서 활동하셨던 분이 있다, 서로 현장에 즐겨 다니나보니 밖에서도 많이 뵙고 그랬는데 말씀 나눠보니 서로가 가진 이런 슬픔을 공유하는거 같던데 그 분도 이제는 글 안쓰시는거 같다.


야구관련 책을 냈는데 이제 넷상에서 야구이야기하고 정보와 컨텐츠를 공유하는 일은 없을거 같다, 차라리 성을 갈고 내부모를 개새끼라고 욕을 할망정.

우찬이가 생각난다, 군산상고 숙소 바로 옆에 개를 키웠는데 우찬이가 밥도 주고 병원가서 주사도 맞히고 강아지들 에미노릇을 한 모양인데 나를 보니 반가워하며 "형 개 많이 컸어요 ^^" 그 아이 참 착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