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한때,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커피를 벗삼아 안종설 번역의 집사재 출판사판으로 카버의 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카버의 소설은 참 심심합니다. 이야기가 시작할 부분에서 플러그를 갑자기 뽑아버린 것처럼 뚝 끊어져 버리죠.

카버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갑작스러운 어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별안간 들이닥친 어둠이 낯설긴 하지만, 거기에 서서히 적응할 무렵 가슴 어딘가에 희미한 불이 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카버 컨트리>는 레이먼드 카버의 글에  밥 에덜만의 사진이 조화를 이룬 사진집입니다.

제가 구할 때는 미국에서도 절판되었는데, 다시 새판으로 나왔습니다.

아마존에서 할인 가격으로 25달러 55센트인데, 교보문고에서 3만 7천원 가격으로 나와 있네요.

약간 비싼 가격이지만 올 겨울 레이먼드 카버의 나라에 머물면서 가슴에 불을 지피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