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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토가 감옥에 가기 1년 전에 사귀었던 게일이라는 아가씨가 있습니다. 그녀는 발레리나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꿈을 가지고 사는 여자지요. 감옥에서 나온 칼리토는 게일이 보고 싶어 그녀의 집 앞을 서성입니다. 비 오는 밤 게일이 집을 나서자 칼리토가 비를 맞으며 뒤따라 갑니다.



                 
  

                    

                 



  장소가 바뀝니다. 비오는 밤의 칙칙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 건널목에 자동차들 색깔 배치한 것 보십시오. 컬러풀 합니다. 게다가 길에 내린 빗물에 네온사인들이 반사되어 낭만적인 느낌을 더합니다. 게일이 들어간 건물은 칼리토가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것은 동시에 출옥 후 칼리토가 처한 상황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칼리토가 뭔가를 찾아냅니다. 맞은 편 건물의 옥상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니 게일이 찾아 간 곳은 발레 교습소입니다. 게일은 무용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춤 연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장면은 어떻게 보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에서 누들스가 데보라의 춤추는 장면을 훔쳐보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비를 막기 위해 칼리토가 들고 있는 쓰레기통 뚜껑입니다. 이 뚜껑은 또 한번 칼리토의 처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요. 어둠 속에서 쓰레기통 뚜껑으로 비를 막고 있는 남자, 밝고 따뜻한 건물 안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여자. 극단적인 대조 아니겠습니까?

이제 다음 장면은 연속으로 쭈욱 달아서 보겠습니다.

건물 안의 모습을 칼리토의 시점 숏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칼리토의 반응 숏을 번갈아가며 보여주죠. 이때 카메라가 창안의 모습과 칼리토의 모습에 조금씩 다가섭니다. 대단히 정서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관객도 칼리토의 눈이 되어 춤추는 사람들 중에서 게일의 모습을 찾으려 합니다. 게일의 춤추는 모습을 발견한 순간 칼리토는 비 속에서 얼어붙은 것 같은 모습으로 그녀를 쳐다봅니다. 여기서 봐야 할 점은 게일의 마지막 손동작과 칼리토의 손의 위치를 보십시오. 두 사람 다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있습니다. 앞에서까지만 해도 쓰레기통을 쳐든 칼리토의 모습은 비루함 그 자체였지만, 여기서 두 사람은 알게 모르게 교감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앞으로 두 남녀가 사랑을 다시 이룰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이 장면.

거칠고 피가 튀기는 영화에서도 이렇게 사랑스런 모습이 숨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