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제가 하는 일이 주로 이 세상 학문의 반쪽을 찾으러 다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 문이과가 나눠져 있고, 양쪽의 경계가 분명해 서로 잘 모릅니다. 오늘 제가 공부했던 데카르트, 페르마가 말한 좌표계가 생기게 된 계기나, 지난 금요일에 찾아헤매던 리처드 파인만과 프랭크 드레이크에 대해서는 어쩌면 어떤 학문의 반을 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잘 모를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고전적인 것인데도 말이죠.

문사철이라고 말하는 인문학, 경제학-사회학-인류학-정치외교학-언론정보학을 포괄하는 사회과학과는 대비되는 세계가 학문의 반, 최근에는 그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학문도 많습니다. 내연기관 혹은 외연기관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폭발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으니 비정상적인데, 그걸 해석하고 식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또 어떤 사람은 고대 지층에서 발견한 균을 통해 철3가이온을 철2가이온으로 만드는 현상을 연구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푸리에급수와 복잡한 행렬을 갖고 다중안테나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LTE기술의 기반 기술 중 하나로 혼선없이 송신과 수신부 모두 복수의 안테나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어떤 사람은 진공상태에 식물을 집어넣고 얼마나 살지를 면밀히 관찰하기도 합니다. 먼 미래에 우주여행을 할 때 데려갈만한 식물을 찾고 있는 것이지요.

더 말해볼까요? 어떤 사람은 돼지나 닭이 언제나 똑같은 유전형질을 같도록 종을 기르는 복잡한 유전정보학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강호동 같은 체형이 꾸준히 태어나도록 돼지와 닭의 유전형질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가축은 대부분 거의 비슷한 유전형질을 같는 일종의 생물기계쯤 되는 거죠.

우리가 흔히 쓰는 GPS를 봅시다. GPS 위성이 어디쯤 떠 있는지 아시는가 모르겠습니다. 평균적으로 2만km위에 떠 있습니다. 미군이 띄운 24+a개의 군사용 GPS위성이 보내는 GPS신호를 받아 대략 50~100m 정도의 오차만 두고 지표상의 좌표와 고도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말이 2만km지 오차가 100m라는 건 정말 대단한겁니다. 아참. 이때 GPS위성은 대략 하루에 11초정도 시간이 빨리갑니다. 일반상대성원리에 의해 중력이 낮아 시간의 오차가 생기기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쌍둥이역설과 같은 시간지연효과는 농담이 아닌 것이지요.

그래, 이렇습니다. 세상 학문의 반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하곤 합니다. 이곳은 과학 형성 초기와 달리 비전문가와 전문가가 동등하게 토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이 영역에 대해서 비전문가가 이해하려면 전문가의 설명이 필요하고, 비전문가가 설명을 들어도 완벽히 이해하고 토론을 하려면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더 나아가 새로히 뭔가를 만들려면 적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간의 노력이 필요한 곳입니다.

저는 이 게시판에서 수학과 과학을 예로 들며 수학과 과학, 그리고 기술, 공학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석 불가능한 사회의 영역이 있고,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있으며, 인간의 감각으로는 인지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기술적으로 아닌 건 아닌 겁니다. 적어도 그 영역에 있어서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내용을 갖고 다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진중권의 아래와 같은 도발은 세상 학문의 반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비웃음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