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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서 5개부문을 수상한 <아티스트>는 입소문을 타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시간이 나는대로 한번 숏바이숏으로 분석을 할 예정입니다)

어제, 오늘 3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먼저 마틴 스콜시즈의 <휴고>를 봤습니다. 스콜시즈가 만든 최초의 3D, PG등급의 가족용 영화, <좋은 친구들>이후 18년만에 1.85:1 화면의 영화, 12년만에 처음으로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가 나오지 않는 영화... 여러 가지 이유가 김빠지게 하는 조건들로 되어있지만..

(단연코!) 이 영화는 걸작입니다. 어느 정도인가하면 장 뤽 고다르의 <영화사>를 봤을 때의 강도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티스트>가 무성영화의 시대를 복제(/재현)하는데 그쳤다면 이 영화는 그것을 넘어서 무성영화의 복원(/구원)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광 마틴 스콜시즈가 영화 제작 외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훼손된 영화를 복원하는 사업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감상할 때 스필버그의 <틴틴>이나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기대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는 씨네필적인 지식이 요구됩니다. 뤼미에르와 멜리에스를 비롯해서 초기 영화에 대한 지식, 버스트 키튼, 찰리 채플린, 헤롤드 로이드의 영화와 같은 니켈오데온 성립 이후의 영화에 대한 지식들을 갖추고 있으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반드시 3D로 봐야 합니다. 이유는 영화가 막 세상에 나타났을 때 관객에게 영화는 3D로 보였을 겁니다. 스콜시즈는 이 부분을 재현합니다. 하지만 그 재현은 곧바로 3D의 찬양이 아니라 영화 속의 2D 무성영화를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3D 입체 안경쓰고 그 텅빈 영화관에서 혼자서 봤습니다. 아마 곧 영화관에서 사라질 것 같아 보입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3D로 보십시오. 나중에 그 선택이 자랑스러울 겁니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전혀 기대도 하지 않고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마릴린 몬로가 영국에 가서 로렌스 올리비에와 <잠자는 숲속의 왕자>를 찍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잠자는 숲속의 왕자>는 나중에 <왕자와 무희>로 바뀌어 개봉됨)
당대 최고의 배우와 그녀에게 눈이 멀어버린 조감독 3rd의 이야기. 얼핏보면 로맨틱 코미디 같습니다만, 이 영화는 '허상'과 '실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로라는 허상에 빠진 남자들은 그들이 찍고 있는 영화 제목처럼 '잠자는' 인간들입니다. 영화를 볼 때 우리가 스크린이라는 허상이 아니라 그 너머를 봐야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놀라운 영화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편은 정재은 감독의 한국 영화 <말하는 건축가>입니다. 정재은 감독은 그녀의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부터 서울의 변두리로서 인천이라는 공간에 각별히 주목했습니다. 그녀의 그런 관심은 이제 공간을 창조하는 실제 건축가 정기용에 주목합니다. 정기용.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인데 일반인들에겐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한 사람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다른 건축가들과 달리) 콘크리트처럼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말을 하는' 건축가입니다. 그 분의 마지막 일생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감동의 파장이 큽니다.
만약 돈을 위해서라면 환경 파괴를 서슴치 않는 몰상식한 인간들에 대해 분노한다면 또 그들이 세운 권위적인 공공건물에 신물이 나 있으시면 이 영화를 꼭 보십시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리면서 사람들과 감응을 건축하려 했던 건축가의 모습, 나아가 한 인간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번 주말 영화관 선택시 참고하세요]

* 영화의 형식적인 완성미, 아트 3D 영화를 보기를 원하시면 --> <휴고>(아이들 데리고 보지마세요. 그런 영화 아닙니다)

* 영화가 주는 메시지, 뛰어난 연기를 보고 싶으시면 --->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 영화가 주는 교훈, 인간과 삶에 대해 감동을 느끼고 싶으시면 ---> <말하는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