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제국
- 작성일
- 12-03-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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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걸 읽고 있습니다. 2/3 정도 읽었고요.
그동안 기생충학은 생물학계에서도 왕따 수준이라 대접을 못받았다던데, 이제 대접받을 위치가 조금씩 되어 가는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그렇듯이 진화론에 관심이 많은데, .. 뭐 그동안 왕따인 관계로 진화기생충학 같은 거창한 학문은 아직 없다고 하지만,
기생충 연구가 진화에 대해서도 시사할 점이 많은 듯 합니다.
이론 사이의 관계는 모르겠지만, 현재 진화론의 선두주자인 도킨스의 '유전자 운반 기계' 이론이 기생충에 잘 적용되는 것 같아요.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이런 얘길 합니다. (좀 어려워서 이해한 부분만 보자면)
그 생물의 활동 결과로 만들어진, 그 생물의 생존가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은 표현형이다.
따라서 비버가 호수를 만드는데, 그럼 호수도 비버의 표현형 아니냐.
나아가 내 외모를 보면 많은 여성들이 눈빛이 촉촉해지는데, 그럼 여성의 촉촉한 눈빛은 내 유전자의 표현형이다. ... 음?
기생충의 예도 들죠.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로 유명해진 기생충의 하나는 개미를 중간 숙주로 삼아 궁극적으로 양의 뱃속에 들어갑니다.
근데 이 기생충에 감염된 개미는 밤이 되면 개미 집에 가지 않고 풀잎 꼭대기에 올라가 양이나 소에게 잡아먹히기를 기다린다는 거죠.
개미가 밤에 풀잎에 올라가는 건 '기생충의 표현형'이라는 겁니다.
기생충 제국에서는 좀더 흥미로운 얘기를 하는데요.
위에 말한 개미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기생충과 양의 연합 관계죠. 개미는 일방적으로 손해를 봅니다.
근데 만약 개미 개체에게 결함이 있다면 어떨까요. 개미 무리로서는 결함있는 개미를 빨리 정리하는 게 -_- 이득입니다.
다른 사례를 보자면
예전에는 늙거나 어린 사슴이 뒤처지고 사자에게 잡아먹히죠.
그것은 사슴과 사자의 군비 경쟁에서 비교적 가치가 없는 늙은 사슴이 희생됨으로써 다른 사슴이 보호받는 그런 균형점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기생충이 개입하면 다른 시나리오가 생깁니다.
기생충은 (개미의 예에서 보듯이) 사슴의 행동, 운동능력, 건강상태를 조절함으로써 사슴이 잡아먹히거나 잡아먹히지 않게 조절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생태계 전체를 조절하고 있다고 합니다. ...
이 부분이 좀 충격적이죠. 제가 잘 설명은 못하겠는데, 논리적으로 그렇습니다.
도킨스가 유전자 관점에서 생태계 모두를 설명할 수 있고, 그게 진실의 한쪽 면을 보여주듯이
기생충이 생태계를 조절하고 지배한다는 것도 진실의 한쪽 면일 것 같아요.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조절하는 건 아주 간단한데, 사람에게도 그 영향이 있다고 해요. ㄷㄷㄷㄷ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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