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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18일에 실시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여론조사방식 사전경선 결과를 놓고 두 당 사이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진보신당은 이번 파동의 근본 병인(病因)이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에 있다고 본다. 입법부가 제 기능을 하려면, 각 당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분포가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나 오랫동안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정치가 지배해왔다. 지역구에서 남들보다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마치 그 선거구의 모든 유권자를 대표하는 것 마냥 국회에 들어가 전횡을 일삼았다.

이에 따라 정당들도 이런 승자독식 게임에서 살아남고 최대의 실리를 얻는 쪽으로 최적화되어왔다. 그 결과가 바로 아무런 정책 변별성도 진정성도 없이 선거 기계 노릇을 하는 양대 정당,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다.

이런 제도와 현실을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적응하는 길을 찾다 보면, 작금의 혼란은 반복, 확대될 따름이다. ‘진보’를 주장하던 정당도 어느덧 새누리당, 민주통합당과 다름 없는 선거 기계가 되어가고 정책은 부차화되어갈 것이다. 우리는 ‘핵발전 폐기’나 ‘한미 FTA 폐기’조차 검토 대상으로 뒤로 물리는 두당연대의 모습에서 그 전조를 보았고, 관악을 등의 사태에서는 그 후과를 본다.

그래서 진보신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분명히 주장한다. 국회의원 선거의 소선거구제를 폐지하자. 이제는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비민주적’인 선거 제도다. 이것은 반드시 ‘부패’를 낳는 선거 제도다. 이 제도가 지배하는 한, ‘진보’정당조차도 종국에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은 현행 소선구제 대신 전면적 비례대표제 실시를 대안으로 공약한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대선거구를 설치하고 각 대선거구마다 정당투표에 따라 복수의 당선자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한 표를 던지고, 그 정당이 제시한 후보 명부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후보에게도 한 표를 던진다. 그러면 정당투표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되고, 유권자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부터 그 의석을 채워나가게 된다. 한편 대선거구별로 배정되는 의석 외에도 추가 의석을 두어, 의석 분포가 전국적으로 합쳐진 정당투표 결과와 최대한 근접하도록 의석을 추가 조정한다. 

진보신당의 이러한 전면적 비례대표제 방안은 북유럽 국가들의 선거제도와 유사한 것이다. 특히 복지국가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스웨덴의 방식과 비슷하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이러한 철저한 비례대표제와 복지국가의 경제사회 현실 사이에는 분명 커다란 관련이 있다. 적어도 북유럽 수준에 버금가는 한국 사회의 진보를 바란다면, 이제 정치 제도도 그 수준으로는 진보해야만 한다.

아울러, 진보신당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약속한다. 현행 대통령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 결선투표제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사이에 벌어진 사태가 대선에서 확대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결선투표제는 시급히 도입되어야 하겠다. 일개 선거구의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이 정도 혼란이 벌어지는데, 대선에서 이게 확대 반복된다면 어떨지 상상하기도 두렵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지금처럼 정책은 경시되는 선거연합이나 여론조사 방식의 사전 경선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이제 각 정당이 정말 자신들의 공약대로 한국 사회를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는 그 정당이 정치 제도의 대수술을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진보신당이 제시하는 수술법은 바로 소선거구제 폐지, 전면적 비례대표제 실시, 대선 결선투표제다.

2012년 3월 23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